LED(발광다이오드) 전문기업 서울반도체가 임원들을 줄줄이 내보내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실적 성장세가 꺾이자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반도체는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다퉜을 정도로 ‘스타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서울반도체를 나간 임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파악된 것만 8명이다. 전체 19명의 임원 가운데 42%에 이른다. 지난달 말 이명연 부사장이 퇴임했다. 이 부사장은 서울반도체의 중국 생산법인 광명반도체를 총괄하면서 품질관리를 맡아왔다. 광명반도체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이정훈 사장이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해외영업을 총괄했던 김정오 부사장은 이 회사에 온 지 1년 만에 다시 짐을 쌌다. 해외 매출이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은 탓이다. 김 부사장이 나간 뒤 해외영업은 이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TV와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용 LED 사업을 맡은 권혁원 부사장도 나갔다. 재무지원실 총괄인 홍성균 상무와 이진수 법무담당 상무 또한 퇴임했다. 서울반도체 임직원 수는 2011년 1438명에서 작년 말 977명으로 30% 넘게 줄었다.
서울반도체는 2010년 코스닥시장에서 주목받던 ‘대장주’였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기술격차를 좁히고 대량으로 LED 패키지와 모듈을 시장에 쏟아내자 실적이 꺾였다. 이 때문에 2013년 1조원을 돌파했던 서울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9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97%나 급감했다. 지금은 코스닥시장 시총 순위가 30위권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실적과 숫자를 강조하는 이 사장이 실적 턴어라운드가 생각한 만큼 빨리 안 되자 임원들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진소재는 2008년 코스닥시장에서 태웅, 평산과 함께 ‘단조 3인방’으로 불렸다. 조선, 플랜트, 풍력발전 등에 들어가는 단조 부품(철강 원료를 프레스로 두드리거나 롤링밀로 둥글게 만드는 부품)을 생산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현재 현진소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중이다. 자회사인 용현BM을 지난 10일 150억원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로 장부가가 287억원에 이른다. 장부가도 못 받고 회사를 정리한 것은 용현BM이 최근 대규모 적자를 내 모기업인 현진소재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용현BM은 이음매가 없는 특수강관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산업기계와 화학 플랜트, 항공기, 자동차 등이 전방산업이다. 현진소재는 이 회사에 수백억원을 들여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원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2년(2013~2014년)간 535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급기야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259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77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해지되는 등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까지 내몰렸다.
용현BM이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 지분 65.72%를 보유한 현진소재까지 휘청이게 됐다. 용현BM을 지원하느라 부채비율이 작년 1분기 188%에서 올 1분기 340%로 치솟았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3161억원으로 늘었다. 차입금 의존도는 66%에 이른다.현진소재는 용현BM 매각 이외에도 이 회사로부터 사들인 단조설비와 공장까지 팔려고 내놨다. 설비는 2013년 약 100억원에, 공장은 366억원에 취득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끝마쳐 119억원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기도 했다. 일부 채무는 채권단과 협의해 만기를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