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흔드는 외국인, 소피아 부인이었군!

< 소피아 부인 : 유로 캐리트레이드 자금>

5월 이후 유럽계 영향력 커져
영국·프랑스 자금 2조6000억 매도…지수 끌어내린 '주범' 지목
외국인 15일 2300억 매수…유로화 약세에 귀환 가능성
지난해 입김 컸던 중국 왕서방, 올 누적매수액 4300억 불과
증시의 촉각이 유럽계 자금 동향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그리스 위기와 중국 증시 불안 탓에 2조원 넘는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최근 이들 악재가 약화되면서 유럽계 자금이 신속하게 복귀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거세진 ‘유럽風’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2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10거래일 중 7거래일 동안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6월4일(3744억원 순매수) 후 한 달여 만에 최대 규모 순매수를 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도 13.68포인트(0.66%) 상승한 2072.91에 마감했다.

한국 증시는 통상 ‘윔블던 증시’로 불리곤 한다.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국내 기관자금과 개인투자자를 능가하는 것을 과거 영국 테니스 코트에서 비(非)영국 선수들이 자주 우승하던 양상을 빗댄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 5월 이후 한국 증시에서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것은 유럽계 자금이다. ‘4년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을 돌파하고 순항하던 증시는 유럽계 자금의 대량 순매도가 발생한 후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엔 그리스 위기가 심화되고 중국 증시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헤지펀드 성격이 강한 영국계 자금은 2조30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스위스(3490억원 순매도)와 프랑스(2810억원 순매도), 노르웨이(2610억원 순매도) 자금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유럽계 자금의 매도 공세 탓에 6월 코스피지수는 2102.37에서 2074.20으로 28.17포인트 빠졌다.○‘왕서방 자금’은 퇴조

하지만 최근 들어선 증시 걸림돌이 됐던 유럽계 자금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자금 동향이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유럽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한국 증시 외국인 자금 유출입 양상은 유럽계 자금이 좌우했다”며 “그리스 위험이 줄어들면서 유럽계 자금 귀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유럽계 자금 유입에 힘을 싣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등으로 원화자산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지수화한 ‘캐리트레이드 수익지수’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로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유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한국 증시에 다시 유입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반면 지난해 한국 증시 외국계 자금의 대표주자였던 중국계 자금은 자취를 감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 누적 순매수액은 4300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상반기 1조6860억원어치나 순매수했던 것에 비하면 순매수 규모가 4분의 1로 줄었다. 작년 11월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제도 시행 이후 중국 본토 증시가 중국계 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