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상표권 분쟁, 동생이 먼저 이겼다

법원 1심, 박찬구 회장 승소
박삼구 회장 측 "항소할 것"
‘금호’ 상표권을 놓고 벌인 금호가(家) 형제들의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7)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이태수)는 금호산업이 금호석화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이전등록 등 청구 소송에서 1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0)은 4남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상대로 아버지의 호인 ‘금호’의 상표권은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이 실소유자라며 소송을 냈다.금호산업 측은 그룹 상표의 실질적 권리자는 아시아나항공이며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그 지분 일부를 다시 금호석화에 명의신탁한 것인데, 약정이 해지됐으므로 금호석화가 이 상표 지분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문서가 없다”며 “금호산업에서 금호석화로 상표지분이 이전되기 이전에 금호산업이 상표의 권리자임을 인정할 아무런 문서도 없다”고 밝혔다. 금호산업과 금호석화가 작성한 상표사용계약서에 대해서도 “계약서상에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사이에 상표 서비스표에 관한 실질적 권리자는 금호산업 측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으나 이는 금호산업이 상표권의 공동권리자인 금호석화로부터 상표사용료 명목의 돈을 징수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적 장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판결 직후 “금호 상표권은 1972년에 설립한 지주회사 금호산업의 전신인 금호실업이 최초로 사용한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0년 넘게 상표권의 출원, 등록, 관리를 해왔다”며 “1심 판결문을 받는 대로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선/김순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