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호주, 원자재값 급락에 경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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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석탄 등 對中 수출 의존 '부메랑'…무역수지 14개월 연속 적자
1분기 순외채, GDP의 60% 달해…IMF, 올 濠성장률 2.8%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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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호주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호주의 주요 수출품목인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호주 경제가 비틀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출 부진으로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자 호주가 그리스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원자재 가격 하락에 무역수지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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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도 호주 경제엔 악재였다. 2010년 10%를 넘어섰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7%대로 떨어졌다. 호주와 중국의 무역 규모는 연간 1500억호주달러(약 127조6000억원) 정도다. 호주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전체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원자재 수출 부진은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호주의 순외채는 GDP의 60%에 해당하는 9550억호주달러까지 치솟았다. 정부 지출 규모는 유지해야 하는데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외국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다. 호주 시장분석기관 마켓이코노믹스의 스티븐 코쿨라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의 현재 부채 규모를 위험 수준이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원자재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면 그리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IMF, 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춰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져 무역적자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호주 당국은 경기부양에 나섰다. 호주 중앙은행은 2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25%로 낮췄다. 소매판매가 8개월 연속 0%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경기 흐름이 풀리지 않으면서 다음달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호주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는 데 적극적이다. 무역을 활성화해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주요 수출시장인 동북아시아 국가가 공략 대상이다. 지난해 말 한국과의 FTA가 발효된 데 이어 올해 1월엔 일본·호주 경제동반자협정(JAEPA)이 발효됐다. 지난달에는 중국과 FTA를 체결했다.그러나 호주 경제가 당분간 되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호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낮춰잡았다. 제임스 대니얼 IMF 호주담당 수석은 “지난 20여년간 계속됐던 3~4% 성장은 잊고 2.5%대 성장을 고려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