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소변 못 참고 툭하면 화장실…'중년남의 고민' 전립선비대증

건강한 인생

환자 매년 7% 증가
빈뇨·잔료감·요실금…
60대 남성 70%가 겪어
방치하면 합병증 초래

증상 초기 약물치료 가능
전립선암과 혼동하기 쉬워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요즘 ‘소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잦은 소변 탓에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는 데다 갑자기 신호가 오는 경우가 많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황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기 일쑤다. 밤에도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항상 수면이 부족한 느낌이다.

최근엔 배뇨 조절이 안 돼 속옷에 소변을 흘린 경험까지 생겼다. 처음엔 나이 탓이겠거니 했던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병원을 찾은 결과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야간뇨와 절박뇨, 절박성 요실금 증상이었다.60대 이상 남성 60~70% 발병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와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에 의해 전립선의 크기가 비대해지는 남성 질환이다.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발생해 60대에는 60~70%, 70대 이상에서는 거의 모든 남성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며, 최근 고령화로 인해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는 지난해 102만1222명에 달했으며,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주로 노령 인구에서 환자가 많지만, 최근에는 40~50대에서도 약 30만명 이상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립선비대증의 가장 큰 불편은 소변기능 이상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하루 평균 소변 횟수가 평소의 2배 이상 증가하는 ‘빈뇨’, 소변이 마려워 야간에 잠에서 깨는 ‘야간뇨’,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 있다. 요도가 좁아진 상태에서 소변을 내보내기 위해 방광이 무리하게 기능하다가 ‘남성 요실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방치하면 급성 요폐로 신부전까지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의 이상으로 발병한다는 점에서 전립선암과 혼동하기 쉽다. 특히 전립선암이 최근 증가 추세여서 남성들의 또 다른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

전립선암 환자 수는 매년 14%씩 증가하고 있으며, 소변을 참기 어렵거나 통증이 있는 등 배뇨 장애 증상이 특징이다.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다고 암으로 발전하거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이 남성호르몬 변화에 의해 전립선이 과다 증식해서 생기는 문제인 반면, 전립선암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두 질환은 발병 원인이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한편 초기 전립선암은 적출수술과 브라키테라피로 치료하면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인구에서 나타나며 주 증상인 배뇨 장애로 인해 삶의 질 저하는 물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갑작스러운 배뇨증상을 조절하기 어려워 업무에 방해를 받거나, 잦은 배뇨로 장거리 운전 등에 불편을 겪기 쉽다. 야간뇨 증상으로 인해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 업무 집중력 저하 및 피로 등 다양한 수면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요도염과 방광염, 성기능 장애 등이다. 심한 경우 소변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 증상을 보이는데, 이 경우 치료를 한 뒤에도 신장이 손상돼 신부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요도에 기구를 넣어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증상 초기, 약물만으로 치료 가능

전립선비대증의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부터 진단하고, 치료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증상 초기에는 약물만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요로 감염, 혈뇨 등 합병증이 반복되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평활근을 이완시켜 요도의 조임을 없애는 치료제와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제를 주로 사용한다. 이 중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은 남성호르몬이 전립선 비대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변화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초기에는 경구용약으로 개선될 수 있어 비교적 간단하다. 경구용 약은 식사와 관계 없이 하루 한 번 1정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바쁜 남성들도 간단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됐다고 약을 끊으면 또다시 전립선이 커질 수 있으므로,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이 약물만으로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전립선비대증 수술은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다. 요도에 기구를 넣어 전립선 조직을 잘라 제거하는 수술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약물 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꾸준한 자기 관리도 중요하다.

전립선암 수술과 브라키테라피의 권위자인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배뇨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치하면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타격까지 동반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처음 발견되면 놓치지 말고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질환”이라고 말했다.도움말=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