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수 스칼라티움 대표 "삼풍 사고로 바뀐 삶…행복사업 계기 됐죠"

'철학이 있는 기업… ' 책 펴낸 신상수 스칼라티움 대표

백화점 직원 대상으로 보험 영업
붕괴 1시간 전 밖으로…화 모면
“결혼은 부부가 탄생되는 환희의 순간입니다. 새로운 가족의 역사가 쓰이는 것이죠. 죽는 날까지 ‘인연지기’가 되는 것이야말로 웨딩기업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5개 예식장과 드레스숍 두 곳을 운영하며 19년째 웨딩사업 외길을 걸어온 신상수 스칼라티움 대표(47·사진)는 최근 서울 역삼동 스칼라티움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는 “예식이라는 이벤트의 유행에만 집착하면 사업을 결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며 “결혼으로 하나되는 순간에 의미를 담아내는 건 매우 숭고하고 성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신 대표는 이달 초 자신의 인생과 경영 이야기를 담은 신간 ‘나는 철학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웨딩사업을 ‘찰나의 결혼식에서 영원한 인연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또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를 정립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내년이면 웨딩사업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됩니다. 저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업가는 죽어서 브랜드를 남긴다’고 말합니다. 사랑과 새 생명을 창조하는 시작점인 결혼 관련 사업에 종사한다는 게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신 대표가 웨딩사업에 뛰어들기까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한양대 사회학과 재학 중 부친을 잃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고, 졸업하자마자 포장마차를 하다 보험사에 입사했다. 1994년엔 삼풍백화점에서 백화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험 영업을 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그의 인생진로는 바뀌었다. “사고 나기 한 시간 전쯤 일이 있어서 백화점 밖으로 나왔어요. 저는 그것이 사고를 면한 계기가 됐지만, 무너진 백화점 안엔 제 고객 10여명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분들 사망보험 처리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괴로웠어요. 보험은 슬픔의 뒤안길을 지켜보는 직업이잖아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1996년 웨딩회사 ‘결혼만들기’를 시작했다. 경기 안양시와 수원시, 구리시 등 수도권 외곽부터 시작했다가 2010년 서울 강남 웨딩홀의 중심지였던 목화예식장을 인수하며 국내 웨딩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목화예식장을 사들일 당시 회사명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스칼라(scala·계단)’와 ‘스파티움(spatium·공간)’이란 라틴어의 합성어다. ‘결혼은 인생의 계단’이란 회사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신 대표는 “스칼라티움을 웨딩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게 꿈”이라며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리조트도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을 향해선 “현실에 대한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신 대표는 “결혼은 불완전한 존재가 모여 완전을 향해 함께 가는 고단하지만 행복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