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경량화 2.0'시대, 소재의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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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경량화는 마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숙제와도 같다. 지금까지의 경량화는 단순히 기존에 사용하던 철강을 강도를 높여 적게 사용하거나 또는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무게를 줄이는 정도였다. 그러나 연비 규제 및 제품 경쟁이 더욱 강화되면서 새로운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 알루미늄 탄소섬유 마그네슘 등의 소재 가격이 떨어져 다량으로 소비되고 여기에 제품의 디자인, 친환경성, 열 제어 등의 가치 제공이 더해지는 ‘경량화 2.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회사 포드의 알루미늄 혁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 대중적 승용차인 픽업트럭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출시했다. 포드는 차량당 무려 318㎏을 감량했다. 이는 전체 차 무게의 13%로 10% 이상의 연비 절감 효과가 있다. 이 모델은 미국에서 지난해에만 76만대가 팔린 판매 순위 1위 모델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이외에 벤츠 재규어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기업들도 비슷한 세그먼트에 알루미늄 합금 적용을 늘리며 경량화에 나서고 있다.정보기술(IT)산업에서는 진행 상황이 더 빠르다. 애플이 시작한 알루미늄 채용은 이제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에까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금 등의 메탈 소재를 확대 적용해 고강도·경량화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경량화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소재는 탄소섬유다. 이는 철의 50%, 알루미늄의 약 80%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훨씬 높다. 2014년 BMW는 최초로 탄소섬유를 채택한 양산차인 i3를 출시했다. 이전에도 탄소섬유를 슈퍼카 등에 적용한 경우는 있었지만 가격과 생산성을 해결하며 양산차에 적용한 것은 의미가 크다. i3는 전 세계적으로 출시 후 2만6000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경량화 2.0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기업들은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소재 제안 등을 통해 수요 창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섬유 글로벌 1위인 일본 도레이는 자신들의 탄소섬유가 항공기에 적용되도록 보잉에 무려 2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 결과 향후 10년간 10조원 규모의 소재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도레이는 자동차 기업들과도 협업을 강화하면서 소재 적용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둘째, 소재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알루미늄기업 알코아는 100년 이상 알루미늄사업만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 기업은 고객이 필요로 한다면 알루미늄 외에 다루지 않던 제품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알코아는 2년간 총 5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니켈과 티타늄 합금 등 다른 소재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알코아는 알루미늄 기업에서 벗어나 ‘경금속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셋째, 이종 소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알루미늄 기업인 노벨리스는 최근 글로벌 접착제 1위 기업인 헨켈과 알루미늄 적용 확대를 위해 접착제 기술 관련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특성이 다른 소재 간 접합을 위해서는 기계적 강도가 뛰어난 접착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량화 2.0시대는 경량화 소재 기업뿐 아니라 접착제 같은 가공 관련 소재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소재 경량화 2.0시대, 즉 경량화를 위한 소재 다원화시대로 가면서 소재산업과 소재 관련 산업에서 다양한 혁신이 동반될 것이다. 항공기 자동차 등과 관련된 기업들은 경량화 이슈 해결을 위해 모든 소재 종류를 고려하고 있다.
소재 기업들로선 순식간에 자신들의 소재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경쟁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소재 기업들에 소재의 경량화뿐 아니라 소재 간 창의적인 결합 등을 통한 추가적인 가치 발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