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교수 장학기금' 만든 제자들

내달 정년퇴임…"논문집 대신 어려운 제자들 돕자" 최 교수 제안에 1억원 모아

매달 1만원씩 100명 '지속 활동'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사진)가 내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1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조성해 학교에 기부했다. 대학원·학부 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3500만원을 모으자 최 교수가 같은 금액을 내놓고,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최 교수와 인연을 맺은 김승남 조은시스템 회장이 3000만원을 쾌척한 것이다. 서강대에서 퇴임을 앞둔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장학금을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최 교수와 제자 모임의 대학원 대표 황승규 씨(경영 78학번)·이진호 씨(94학번), 학부 대표 홍종원 씨(91학번)·최대한 씨(09학번)는 서강대 총장실에서 유기풍 총장과 만나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 교수는 “제자들이 돈을 모아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을 내고 행사를 열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럴 돈으로 차라리 어려운 제자들을 돕고 싶어 거절했다”며 “앞으로 매달 1만원씩 기부하는 동문 100명을 모아 지속적으로 장학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최운열 교수 장학기금’ 조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평소 제자들에게 ‘담임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최 교수와 제자 사이의 정 때문이다. 최 교수는 1993년 이후 올해까지 매년 신입생 10여명의 지도교수를 맡으며 학습은 물론 삶에 대한 고민까지 제자들과 나눴다. 제자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매년 두세 차례 열리는 전체 제자 모임에 참석해 정을 이어왔다. 제자 모임의 1~3대 회장을 지낸 홍씨는 “대학교수는 한 학기 정도 스친 인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최 교수님과의 인연은 짙고 깊다”며 “평생의 은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장학금 조성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학부생인 최씨도 “교수들은 높고 멀게 느껴지게 마련인데 최 교수님은 개인적인 고민까지 스스럼없이 나누며 멘토로 마음에 모시게 됐다”며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교수님의 평소 말씀에 따라 소액이지만 장학금 조성에 동참했다”고 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유 총장은 “제자들이 교수의 은혜를 기리며 장학금을 모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서강에 좋은 전통을 만들어준 최 교수와 제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2년 서강대에 부임한 최 교수는 1995~2002년 한국증권연구원장, 2002~2003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006~2009년 서강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재무 전공으로 투자론을 주로 강의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