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복지국가가 만들어대는 '사회적 약자'들

'갑을전쟁'으로 반기업 선동하며
혁신과 경쟁보다 공짜복지만 양산
의타적 집단만으론 미래 담보 못해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현재 한국은 아마 복지국가의 초기 단계를 경험하는 중일 것이다. 오늘날 복지국가가 인권과 사회통합을 중시한다고 할수록 ‘복지병’ 창궐로 인한 대재앙의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 국민이 복지국가 원리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가져야 차후 ‘그리스의 비극’ 같은 재앙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는 기본적으로 정치가들이 국민의 권력·부(富)·소득 분배구조를 재편하는 나라를 말한다. 이에 따라 국민을 약자와 강자로 나누는 사회적 인식체계가 형성되고, 강자에서 약자로 돈과 기회를 이전시키는 국가 정책에 당위성을 부여하게 된다.올봄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고교 사회교과서에 수록된 ‘사회적 약자론’에 대해 분석·발표했다. 교과서는 우선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전제하고, 극빈자 장애인 등 ‘절대적 약자’ 말고도 사회적 배려를 받아야 할 ‘상대적 약자’를 열거하기 시작한다. 먼저 아동과 노인이 사회적 약자가 돼 나머지 인구의 70%가 남는다. 그러나 그 절반인 여성이 약자로 간주되며, 남은 청장년 남성 중 근로자들이 또한 약자로 규정된다. 끝으로 중소기업이 사회적 약자다. 이런 무차별적 약자 지정이 끝나면 전 국민이 보호 대상자가 되고 오직 대기업 사용자만 사회적 강자로 남는다.

이런 연유에서 한국의 거의 ‘전 국민’이 보편적 복지의 수혜자가 됐다. 한편 대기업들은 대한민국 ‘갑을전쟁’에서 수많은 약자들을 밟고 올라선 가해자가 된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기업에 대한 비(非)호감을 안고 나와 사회에서 반(反)기업 선동을 업으로 삼는 수많은 시민단체, 인터넷 포털, 대기업 때리기로 재미 보는 정치가들을 접한다. 이 분위기 속에 대기업 규제, 동반성장 규제, 200여개가 된다는 중소기업 특혜 등이 도입된다. 따라서 생산업체들이 대기업 되기를 꺼리고 약소한 존재로 남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함은 당연한 것이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보수 여당의 정치리더는 지금 ‘사회적 경제법’을 만들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아마 보험사기자들이 득실대듯 수많은 사람들이 4~5명씩 모여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따위를 조직해 공짜 국가 돈을 타먹을 모의를 할 것이다. 정직하게 시장경쟁기업을 창업·영위하려는 사람들은 국가 돈을 쓰는 업체들에 밀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공짜열차에 올라탈 궁리를 하게 될지 모른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된 대기업들은 과거 그만큼 위대한 혁신능력과 경쟁력을 발휘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기업은 거대하고 우수할수록 국가 경제에 더 큰 투자·고용·납세효과를 남기고 주변 산업들도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 중 한국에서만 유난스럽게 대기업을 매도하는 현상은 실로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다.이보다 더 해로운 것이 대기업같이 우수한 ‘기업 인자(因子)’를 박해해 배척하려는 태도다. 복지국가의 최대 문제는 국가 사회에 우수한 인자는 천대하고 조악한 인자를 보살펴 사회를 퇴보시킨다는 사실이다. 정치가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집단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시끄러운 복지 요구자 집단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신의·성실·능력을 가진 생산적 집단은 사회 변화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사회적 약자, 의타적 집단, 이들을 대변하는 세력들은 득세해 국가 시스템과 제도 변화를 장악하게 된다.

이미 국민이 타락하는 모습이 어디에서나 목격된다. 염치없는 자, 떼쓰는 자, 떼어먹는 자가 국가의 보상을 받으며 대책 없이 늘어나는 세상이다. 거리에 드러눕고 기중기에 올라가고 국가사업장마다 ‘결사반대 현수막’ 투성이다. 따라서 한국은 책임과 염치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점점 살기 불편한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지금 국민의 획기적 각성과 궐기가 없다면 우리는 부·기업·신사들이 다 사라지는 퇴영적 국가를 자손·후배에 남길 게 확실할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