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弗 쌓아두고 투자 고민하는 사모펀드

유럽 부동산은 거품 논란…M&A 시장선 입지 좁아져
사모펀드(PEF)가 돈만 쌓아놓은 채 제대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럽 부동산 등 주요 투자처가 거품논란에 휩싸인 데다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잇단 참여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입지가 줄고 있어서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가 투자처를 결정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는 투자금이 1조1400억달러(약 1327조원)로 조사됐다. 2000년 이후 최대다. 유럽지역 사모펀드의 자금 집행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유럽지역 사모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008년 이후 최대다. 유럽지역 227개 사모펀드가 확보한 투자금만 1036억유로(약 133조원)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지난달 기준 1374억달러가 집행되지 못했다. 프레퀸은 “작년 한 해 동안 유럽지역 사모펀드가 사들인 자산이 1010억달러 정도”라며 “이런 속도면 앞으로 신규 자금을 전혀 끌어모으지 않아도 기존 투자금을 집행하는 데만 최소 1년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치솟은 자산 가격이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베팅을 가로막는다고 분석했다. 유럽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초저금리 기조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맞물려 유럽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산거품 논란이 있을 때 자금 집행을 성급하게 하면 오히려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 M&A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입지가 위축된 것도 이유로 꼽혔다.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처인 M&A시장에 세계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는 “확보한 투자금 집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사모펀드의 핵심 수입원인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