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 '유럽의 지붕' 을 달리다
입력
수정
지면E1
'100년 산악열차' 타고 알프스 굽이굽이…빙하가 산맥처럼 펼쳐져
'하늘 아래 첫 동네' 호수로 가는 길…엽서같은 풍경이 스쳐 지나가
천연 설질' 유명한 그린델발트
전세계 스키어들 몰려들어
여름엔 야생화 푸른초원으로
피르스트선 환상적 알파인 체험
시속 84㎞로 알프스 하산 '짜릿'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와 빙하가 만든 깊은 계곡,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와 힘차게 굽이치는 우윳빛 강, 소녀의 눈망울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호수가 이뤄내는 풍경은 완벽함 그 자체다. 스위스가 보여줄 수 있는 절대 비경의 모든 것이 이곳 융프라우 지역에 모여 있다.

융프라우 여행의 관문은 인터라켄이다. 융프라우의 산들로 기차여행을 떠나는 시발점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나 클라이네 샤이데크, 피르스트 등 산악기차가 닿는 모든 곳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1년 365일 여행자로 북적이는 이 작은 도시에선 수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늦도록 불을 밝힌다.
암벽을 타고 철도가 올라가야 하니 톱니바퀴가 철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철로가 놓였고, 무려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야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구에르첼러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와,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를 편안하게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어두운 터널과 산자락을 타고 붉은 색 톱니바퀴의 산악 열차는 정상을 향해 쉼없이 올라간다. 기차가 서는 역에는 어김없이 융프라우 주변의 웅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암벽을 뚫고 만든 기차 길이어서 암벽 속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것이 융프라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웅장한 음향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360도 입체 화면에는 융프라우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진다.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나면 바로 알파인 센세이션으로 이어진다.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관광 변화상, 터널 노동자들이 감내했던 극한의 노력이 벽화나 조형물로 표현돼 있다.알파인 센세이션 끝에 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27초 만에 높이 3571m의 스핑크스 테라스에 닿게 된다. 테라스에 올라서자 고산증세가 왔는지 머리가 무겁고 숨이 답답하다. 눈 닿는 곳마다 하얀색으로 펼쳐진 융프라우요흐의 모습이 경이롭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22㎞)는 마치 산맥처럼 끝간 데 없이 뻗어 있다. 알레치 빙하는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한여름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은 스노 튜브를 타고 신나는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한다.
알레치 빙하 30m 아래에는 얼음궁전이 있다. 1934년 그린델발트와 벵엔에서 온 두 산악 가이드가 알레치 빙하 내부를 쪼아서 거대한 동굴을 만들었다. 동굴은 수많은 얼음조각과 통로로 얽혀 있다. 그 면적이 무려 1000㎡에 이른다. 얼음궁전 속에 있는 독수리, 펭귄 등 다양한 얼음조각도 신기하지만 빙하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끝내 길을 낸 인간의 집념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융프라우 맞은편의 그린델발트는 1034m에 자리한 융프라우 산악 마을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오래전 빙하로 인해 움푹하게 생성된 계곡에 터를 잡은 마을답게 예전에는 빙하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아이거북벽 아래 자리해 아이거 마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린델발트는 겨울에는 전 세계 스키어들이 설렘을 안고 찾는 천연 설질의 스키장이지만 여름에는 눈 가는 곳마다 야생화와 푸른 초원으로 가득하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은데 이곳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first)에 있는 바흐알프 호수로 향하는 코스가 백미다.
트레킹을 끝내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갈 때에는 다시 곤돌라를 타도 되지만 그린델발트 지역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 곳곳을 살펴보려면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좋다. 딸랑거리는 워낭을 단 소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고 스카프를 매고 야무지게 트레킹을 하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이것 만은 꼭!
피르스트에서 꼭 해야 할 세 가지
1. 피르스트 플라이어 타기
2. 트로티바이크 체험
피르스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보어트에 잠시 멈춘다. 이곳에서 그린델발트까지 내리막길을 질주할 수 있는 페달 없는 자전거가 바로 트로티바이크다. 모양은 아이들이 즐겨타는 씽씽카를 꼭 닮았다. 페달이 없다고 하지만 경사가 심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급경사에서는 뒷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앞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속도를 줄여야 안전하게 탈 수 있다.
트로티바이크의 최고 장점은 그린델발트 산악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나 야생화가 우거진 7월의 스위스 산골 풍경이 그림엽서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사용료는 19스위스프랑이며 융프라우 철도 VIP 패스 소지자는 10스위스 프랑에 탈 수 있다.
3. 피르스트 클리프 위크
피르스트 정상에 내리면 암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닦아놓은 보행로를 볼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차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 다리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탁월한 관광 포인트다. 줄 하나에 의지해 있는 메탈 위크에서는 알프스의 3대 봉우리 중 하나이자 ‘악마의 빙벽’이라 불리는 아이거를 바라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융프라우로 가려면
인천에서 제네바까지는 직항으로 대략 14시간이 걸린다. 에티하드 항공 경유편을 이용하면 인천~아부다비 9시간, 아부다비~제네바 6시간 정도 걸린다. 경유 중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24시간 만에 도착하게 된다. 제네바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 오스트 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융프라우 VIP패스
인터라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