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통 부족한 새 주소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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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본지가 지난 23일 보도한 ‘다음달 새 우편번호…“집 주소 더 헷갈려”’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만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 열에 아홉 이상은 도로명주소와 새 우편번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다음달 1일부터 기존 여섯 자리 우편번호 대신 다섯 자리로 구성된 새 우편번호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들도 상당수였다.네티즌들의 반응만으로 정부의 새 주소 정책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도로명주소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여전히 새 주소가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주소 평균 사용률은 72.4%다. 통계만 따진다면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이 도로명주소를 쓴다는 뜻이다.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다.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우편물을 보내는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대신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쓰도록 한 데 이어 민간 기업에도 새 주소를 활용하도록 했다. 우편물 사용량의 대부분이 이들이라는 뜻이다. 구청이나 경찰서 민원실을 찾는 시민들이 도로명주소를 쓰는 사례는 극소수라는 게 일선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행정자치부는 “도로명주소의 원리를 제대로 알면 주소를 찾기 편하다”는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소를 찾기 쉬워 물류 비용 감소로 인한 연간 3조4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해 왔다.도로명주소 도입이 결정된 건 1996년이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소를 찾을 수 있다. 주소를 찾기 쉽다는 것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나 설득이 가능한 얘기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년 동안 새 주소 도입을 밀어붙였다. 4000억원 넘는 예산을 이미 사용한 데다, 옛 주소 체제로 돌아가는 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새 주소 정책이 최악의 정책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 국민과 좀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