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용돈 10만원 준 아내…법원 "이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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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씨(29)는 5년 전 이모 씨(30)를 만나 결혼했다. 김씨는 지난해 초 전역할 때까지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며 아내에게 월급 200만원을 모두 가져다줬다. 전업주부인 이씨는 경제권을 쥐고 있으면서 남편에겐 매달 10만~20만원의 용돈을 줬다. 김씨는 남는 시간에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자란 용돈을 벌어 썼다. 아내에 대한 김씨의 불만은 커졌다. 아내는 일방적으로 돈을 관리했고, 성관계도 거부했다.
2013년 말, 폭설이 내렸다. 부대 내에 비상이 걸려 김씨는 이튿날 귀가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아픈 나를 혼자 두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친정에 갔다. 그날부터 부부는 따로 살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나고 며칠 뒤 김씨는 갑작스런 구토 증세로 병원에 가기 위해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을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송금하지 않은 채 남편을 찾아갔다. 화가 난 김씨는 이씨의 연락을 받지 않고 만나주지 않은 채 이튿날 새벽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세지를 보냈다.이듬해 1월 김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빼 그중 3800만원을 이씨에게 송금하며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 2800만원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이 돈을 우선 친정엄마의 임대차 보증금으로 잠깐 사용한 뒤 대출금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1심에선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김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이은애)는 “둘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김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혼인파탄의 책임이 이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원고와 원고 가족에게 인색하게 굴고 배려가 부족했다. 원고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이씨가 보관 중인 김씨의 전세자금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2013년 말, 폭설이 내렸다. 부대 내에 비상이 걸려 김씨는 이튿날 귀가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아픈 나를 혼자 두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친정에 갔다. 그날부터 부부는 따로 살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나고 며칠 뒤 김씨는 갑작스런 구토 증세로 병원에 가기 위해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을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송금하지 않은 채 남편을 찾아갔다. 화가 난 김씨는 이씨의 연락을 받지 않고 만나주지 않은 채 이튿날 새벽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세지를 보냈다.이듬해 1월 김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빼 그중 3800만원을 이씨에게 송금하며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 2800만원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남편에게 “이 돈을 우선 친정엄마의 임대차 보증금으로 잠깐 사용한 뒤 대출금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1심에선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김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이은애)는 “둘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김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혼인파탄의 책임이 이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원고와 원고 가족에게 인색하게 굴고 배려가 부족했다. 원고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이씨가 보관 중인 김씨의 전세자금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