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일자리를 기업에 할당해서 만든다는 건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6개 관련부처가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겠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서는 교사 명예퇴직 유도,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공무원 시간선택제 도입 등을 통해 교사 간호사 공무원 일자리를 4만개 이상 늘리고, 민간부문에선 임금피크제 도입, 중견기업 인턴 확대, 대기업 직업훈련 도입 및 일·학습 병행제 확대 등으로 16만명 이상에게 취업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들이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마련했다는 청년고용 종합대책이 하나같이 그동안 수없이 들은 내용들이다. 청년실업이 발등의 불이라면서 종합대책이란 게 재탕, 삼탕이다. 와 닿지도 않고 실효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직업훈련으로 2만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효과를 기대하기도, 측정하기도 어렵다. 기존에 공공기관이나 다른 민간기업이 하던 직업훈련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떠넘긴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리 없다. 수요가 없는데 어떤 기업이 과잉인력을 뽑을 것인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인턴을 7만5000명이나 더 늘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고용여력은 안중에도 없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청년 취업준비자들을 알아서 나눠 맡아 직업훈련을 시킨 다음, 협력업체 등을 쥐어짜 취업시켜 주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 애초 고용절벽이란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숫자장난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장관들이 스타벅스 월마트 등 미국 17개 기업이 2018년까지 청년들에게 10만개의 일자리 기회를 주겠다는 소리에 고무됐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나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일자리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그 일자리조차 동반성장이니 골목상권 보호니 하며 막고 있는 게 바로 정부 아닌가. 좋은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정부만 모르고 있다. 정부가 가공의 숫자를 키워 헛기대만 부풀리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막더니 이젠 부족해진 일자리를 기업에 할당해서 만들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