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예향의 판소리·그네 체험…지리산 둘레길 걸어보세요

달오름마을
전북 남원시 인월서길 42
고려 말 왜구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올 때 이성계가 달려간 곳은 전북 남원의 한 마을이었다. 지리산을 남쪽에 두고 있어 왜군이 북진(北進)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 남원이었다. 남원에 도착한 이성계는 왜장과 맞닥뜨렸다. 고려군과 왜군이 전선을 형성해 대척하고 있던 그믐밤. 이성계는 적의 동태를 살피기 어려워지자 달이 뜨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이때 보름달이 솟아올랐고 왜장은 이성계가 쏜 화살에 투구를 떨어뜨린 뒤 이어 이지란이 쏜 화살에 맞아 사망했다. 왜장이 사망하자 왜구들은 자중지란을 일으켜 죽거나 지리산으로 도망갔다. 이때 죽은 왜구들의 피로 인근 하천이 붉은빛으로 1주일이나 물들었다고 한다. 황산대첩의 기록이다.
황산대첩의 장소는 지금 ‘달오름마을’로 불린다. 달오름마을의 행정구역은 인월(引月)면. 달을 끌어올린다는 뜻이다. 100가구 안팎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이곳은 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수지리학에 나오는 지주설망(蜘宙設網)의 명당 터인데, 거미가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동쪽에 쳐 놓은 형상이라는 의미다. 마을 사람들은 “날이 흐리지만 않으면 마을 정면에서 1년 365일 밤마다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름의 고즈넉한 밤에 달과 별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평야지대엔 논이, 산기슭엔 밭이 자리한다. 이 마을을 찾으면 봄과 여름엔 논농사 위주로, 가을과 겨울엔 밭농사 위주로 체험(1인당 5000원)할 수 있다.

농사를 체험한 뒤 여기서 수확한 작물로 식사도 할 수 있다. 고사리 머위 취나물 등 나물성찬이 나오는 흥부잔치밥(7000원)과 약재를 넣은 백숙을 비롯한 보양체험음식(4만원) 등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이 마을을 관통한다. 300여㎞에 달하는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도 마을에 있다. 마을에서 쉬다가 지리산둘레길에 발을 올리기에도 좋은 위치다. 지리산의 맑은 물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예향답게 그네와 판소리 체험도 준비돼 있다.서울과 수도권에선 경부고속도로에서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남원에서 88고속도로에 잠깐 올랐다가 지리산나들목에서 빠지면 마을이 바로 나온다. 대전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옮긴 뒤 함양에서 88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호남고속도로를 타는 쪽이 춘향전에 등장한 광한루를 들르기 좋다. 마을에서 시골길로 25㎞ 거리다. 문의 (063)635-2231, 010-3675-2231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