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산양 먹이 주고 젖 짜고…"치즈도 만들래요"

임실 치즈마을
전북 임실군 치즈마을1길 4
전북 임실치즈마을은 쫀득한 한국 치즈의 원조로 유명하다. 노령산맥 동쪽 산간지대인 임실. 이 작은 산촌 마을이 서양 식재료인 치즈로 유명해지기까지 그 안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치즈 맛을 일궈내다임실치즈의 씨를 처음 뿌린 이는 푸른 눈의 신부였다. 1966년 벨기에 출신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임실성당에 부임하면서 산촌 마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난에 찌든 마을의 먹거리를 고민하던 지 신부는 임실을 둘러싼 산과 들판의 풀에서 낙농을 떠올렸다. 산양 두 마리를 키우며 젖을 짜기 시작했다. 굴을 파가며 발효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한국 최초로 피자용 모차렐라치즈가 탄생했다.

주민들은 지 신부에게 치즈 만드는 비법을 배웠다. 이후 수십년간 연구를 하며 임실 치즈를 발전시켰다.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이곳의 원래 이름은 느티마을이었다. 하지만 2006년 마을 총회에서 치즈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임실치즈의 발원지를 찾는 탐방객이 늘면서다. 치즈마을에 들어서니 치즈와 관련된 간판과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대표 식품인 모차렐라치즈는 물론 복분자 요구르트와 우유 등 유제품을 만드는 농가가 있다. 벽에 젖소를 그려놓은 모습이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했다.산양 젖으로 치즈 만들기

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중 산양에게 먹이를 주고 직접 젖을 짜는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산양은 윗니는 없고 아랫니만 나기 때문에 사람을 물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도 쉽게 산양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산양에게 얻은 우유에 유산균과 우유를 응고하는 효소인 레닛(rennet)을 넣고 계속 저어주면 치즈가 된다. 30분 뒤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하게 뭉쳐진다. 바로 먹어보면 보드랍고 촉촉하다. 남은 산양유로 비누도 만들 수 있다.

마을에서는 또 모차렐라를 길게 늘어뜨려 보는 ‘치즈 스트레칭’도 할 수 있다. 쫀득하기로 유명한 임실치즈여서 가능한 체험이다. 식사로는 마을에서 준비한 치즈돈가스가 제공된다. 송아지 우유먹이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이들은 송아지가 쭉쭉 우유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동생인 듯 귀여워한다.주민이 꾸려가는 마을

치즈체험은 2003년 구성된 마을운영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70여가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거나 농사를 지으며 부업으로 마을 운영에 참여한다. 체험 지도, 방문객 안내, 유제품 판매 등 각자 한 가지씩을 담당한다. 치즈체험으로 얻은 소득은 마을발전기금으로 쓴 뒤 나머지가 회원 몫으로 돌아간다. 마을을 위해 건물을 짓고 편의시설도 만드는 한편 장학,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에 우선 지출한다. 일부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쓴다. 마을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치즈마을 운영 목적은 단순히 치즈 판매나 홍보가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 조성”이라며 “마을 캐치프레이즈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로 했고 찾아오는 탐방객들도 귀한 손님으로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