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 소장의 당신과 다른 나의 100세 시대] 3편. 장수의 조건

[이윤학 소장의 당신과 다른 나의 100세 시대] 3편. 장수의 조건



“서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수십 년 전 유행했던 코메디극에 나왔던 이름이다.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였던 서영춘선생이 주인공이었던 이 코메디는 8대독자인 아들이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주 긴 이름을 짓게 되는 해프닝을 그린 고전 코메디극이다. 여기서 이름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선 아버지 서씨가 수한무(壽限無)를 기원한다. 즉 목숨은 한이 없다는 의미로 장수하라는 뜻이다. 거기에 옛부터 만년을 산다는 거북과 천년을 산다는 두루미를 이름에 붙였다. 그리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중국의 동방삭(東方朔)까지 이름에 붙이며 그 뒤로도 길고도 긴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 퍼레이드가 이 코메디극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런데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는 동방삭은 어떤 사람일까? 일갑자(一甲子)가 60년이니 삼천갑자면 18만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의 그 인물은 사실 중국 한무제 때의 사람이다. 중국 전설 속의 신, 서왕모(西王母)의 천도복숭아를 몰래 훔쳐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반면 저승사자를 잘 대접하여 긴 수명을 누렸다는 설화도 있다. 즉, 죽기로 예정된 동방삭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를 동방삭이 융숭히 잘 대접하여, 여기에 부담을 느낀 저승사자가 몰래 염라대왕의 명부에 삼십(三十)으로 된 동방삭의 수명에 한 획을 더해 삼천(三千) 갑자로 바꾸었다는 재미난 전설까지 있다.



자고이래로 인간의 장수에 대한 욕망은 정말 집요했다. “늙으면 죽어야지”는 3대 거짓말 중 늘 첫 번째로 꼽히는 거짓말이다.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Steven Cave)는 죽음의 패러독스(Mortality Paradox)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할 것을 믿는다고 말한다. 실제 육체적 불멸을 꿈꾸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만들었고, 그들의 불멸의 체계를 뒤흔들었던 ‘네페르티티’(Nefertiti, 이집트 제18왕조의 왕 아크나톤의 왕비)를 그들의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려고 했다. 진시황제도 불로불사를 꿈꾸며 그의 충신이었던 서복(徐福)을 동쪽의 신산으로 보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기다리던 진시황은 50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 하였다.

영국의 칼럼리스트 브라이언 애플야드(Bryan Appleyard)는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 그러나 인간은죽음을 상상할 수 없기에 ‘불멸’(不滅)을 발명했고, 이런 발명품을 우리는 ‘문명(文明)이라고 부른다”라고 했다.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불멸을 꿈꿨고, 그 결과가 문명의 발전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의 진보(進步)는 영생을 향한 욕망의 산물이며, 영생(永生)을 향한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서로 다른 문명들간의 상호작용과 흥망성쇠라는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불멸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네페르티티나 진시황제보다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장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흔히 100세 이상 장수하는 인구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지역을 블루존(Blue Zone)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의학 통계학자인 자니페스 박사가 만든 용어로 쉽게 말해서 ‘장수마을’이다. 전세계적으로 5대 블루존이 있는데, 그리스 이카리아,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로마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 등이다.



그럼 블루존에 사는 100세이상 고령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장수비결을 음식에서 찾으려고 한다. 음식이 신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원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블루존에서 공통된 음식을 찾기가 사실 쉽지 않다. 굳이 말하라고 하면, 이카리아에서는 염소젖 콩 생선을 오키나와에서는 두부 현미를, 사르데냐에서는 염소젖 올리브 와인을, 니코야에서는 콩 옥수수 달걀 등이었다. 대체로 육류보다는 채소중심이다. 따라서 음식 그 자체가 아닌 식습관에서 장수의 비결을 찾는 것이 맞을 듯싶다.



일단 블루존 고령자들은 예외없이 소식(小食)을 한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하라하치부(腹八分)라고 하여 배가 80 정도만 차면 그만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할아버지 목동들도 평생 살이 찐 적이 없다고 한다. 세계 블루존 지역은 대부분 고원지대 등 척박한 땅이어서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음식과 관련하여 굳이 공통점을 찾는 다면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소식(小食)이다. 또한 블루존 고령자들은 평생 충분한 운동량을 소화하고 있는데, 사실은 대부분 일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르데냐의 목동할아버지들은 평생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양떼를 몰며 몸을 움직였고, 오키나와의 고령자들은 몸을 움직이며 직접 텃밭을 가꾸는 등 활동량이 많았다.



그러나 블루존 고령자들의 가장 중요한 장수의 비결은 ‘가족이나 이웃과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니코야반도의 노인들은 비만이나 혈압 등의 건강지표가 다른 코스타리카 인들보다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텔로미어는 오히려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대로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분이 풀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세포의 끝부분이다. 즉, 세포분열을 할 때 마다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며, 세포의 노화가 진행되어 결국 죽게 된다. 그럼 무엇이 척박하고 가난한 지역인 니코야반도 지역에서 그들을 장수로 이끌었을까? 그것은 다름아닌 ‘가족적 연대’였다. 실제 니코야반도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가족적 연대감이 강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블루존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블루존에서 100세이상 남녀 성비가 1 : 4.7로 여성이 월등히 많다. 그러나 사르데냐의 전체평균 성비가 1 : 2.4로 상대적으로 남성고령자가 많다. 특히 일부 중동부지역에는 성비가 1 : 1.3으로 사실상 100세이상 장수하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같다고 한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와인이나 지중해식 식사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생활’에 주목해야 한다. 사르데냐의 할아버지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녀와 손주들과 같이 살면서 목동처럼 일을 하며, 이웃과 왕래하고 ‘가족적 유대감’, ‘지역적 연대감’이 충만하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의 고령자들 역시 지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며, 미국 아마린다의 노인들도 같은 종교를 믿는 이웃과 시간을 같이 보내며 정신적 유대감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사실 가족적 연대, 이웃과의 네트워크, 강한 정체성은 텔로미어를 길게 하는(혹은 적게 줄어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는 흑인들 중에서 경제적 빈곤층과 중하층(lower-middle class)은 거의 같은 크기의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수준은 비슷한 빈부격차를 가진 백인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흑인들은 빈부격차와 무관하게 사회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웃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이 지역의 가난한 멕시코이민자들이 고소득층의 멕시코이민자들보다 더 긴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이유는 가난한 멕시코이민자들은 미국이민 1세대로 가난하지만 민족공동체를 형성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에서 살았지만, 고소득층의 멕시코이민자들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뒤늦게 이민을 와서 미국문화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환경이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즉, 강한 정체성, 사회적 네트워크가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중요한 장수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장수, 불멸, 블루존, 텔로미어…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족, 이웃, 유대감, 소속감, 네트워크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데부터 나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배우자, 자녀,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하는 인생이 필요하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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