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종 합의 앞둔 TPP협상, 한국은 왕따되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각료회의 합의안 내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원래 31일(미국시간) 만료 기한인 TPP 협상은 쌀 시장개방이나 지식재산권 등 핵심 쟁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무리지은 상태다. 특히 투자나 서비스분야에서 참가국마다 규제를 대폭 줄이고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말레이시아는 해외 기업의 편의점 출자 제한(현행 30%) 규제를 없애고 외국 은행의 ATM기 설치를 자유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 역시 은행에 외자가 출자할 수 있는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국들은 또 생선 채소 등에 대해서는 필요서류 제출 후 6시간 내에 통관할 수 있도록 했고 수출입 절차를 종이서류 없이 PC로 가능하도록 했다. 해외 여행자의 휴대폰 로밍 요금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요금도 현실화하도록 했다. 모든 업종의 교역자유화를 꾀한다는 TPP의 목표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들 현안과 별개로 역내 환율조작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 쟁점이 아직 남았지만 크고작은 합의에 도달하고 있다.

TPP에 참여하는 12개 회원국은 세계 교역의 40%를 점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번 회의는 태평양 권역 내 국가들의 단합을 과시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회원국들은 기존의 경제동반자에서 이제는 외교안보 동반자로까지 성숙한 관계로 승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엊그제 미국 방문길에 “TPP에 대해 긍정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느낌이다. 이래저래 한국이 태평양 국가들 사이에서 왕따당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