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중혁 "감정·시간이 그리는 좌표가 연애이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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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펴낸 소설가 김중혁 씨

그가 새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을 펴냈다. 그의 설명대로 “네 번째 소설집이자 첫 번째 연애소설집”이다. 김씨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를 연애라고 생각한다”며 “더 나아가 사람 사이의 관계, 이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는 작가가 3년 동안 쓴 단편 8개가 들어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흔히 알던 연애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지나간 사랑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못난 모습을 보이거나(가짜 팔로 하는 포옹) 실연의 아픔에 몸을 망가트리기도(힘과 가속도의 법칙) 한다. 그는 “연애를 시작하려는 사람, 연애를 끝낸 사람들의 이야기도 모두 연애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실린 ‘요요’에선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포기한 채 시계 제작에 몰두하는 주인공과 그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계와 사랑을 매개로 삼아 인생의 의미를 그린 이 작품은 앞에 실린 소설들이 ‘요요’를 위한 전주곡이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작가도 이 작품을 쓰면서 소설집 맨 마지막에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감정이 x축이라면 시간은 y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감정과 시간이 어떤 좌표를 그리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누구보다 소설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그이기에 최근 문학·출판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기가 내심 편치 않다. 그래도 그는 계속 글을 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문학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과 이야기 중심의 작품이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며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저 스스로도 꾸준히 작품을 내고 좋은 작품들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