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일본 주주들, 형제 표대결 땐 누가 경영 잘했는지 따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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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일본서 주주 설득 후 3일 귀국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주말 도쿄에서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를 만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쓰코 여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32% 추정)인 광윤사 지분 10~20%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재계는 표대결로 가면 경영 능력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재계 "롯데홀딩스, 배당성향 두배 확대 제시"
광윤사 지분 10~20% 가진 모친의 선택 주목
주총 표대결 불가피할 듯2일 일본 재계에 따르면 하쓰코 여사는 지난 1일 오후 6시께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도쿄에 도착한 뒤 니시신주쿠 자택으로 이동했다. 신 회장은 지난 주말 하쓰코 여사를 만나 최근 서울 상황을 전해듣고 주총 표대결과 법정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쓰코 여사는 당초 시아버지인 신진수 씨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고 했지만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신격호 총괄회장 숙소 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머물렀다.
롯데 주변에서는 하쓰코 여사가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지난달 27일 일본으로 건너갔을 당시 하쓰코 여사가 신 총괄회장을 만나려 했으나, 신 전 부회장이 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의 귀국날인 3일 일본으로 출국해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찾아갈 예정이다. 두 형제가 주총을 겨냥해 총력전에 돌입한 양상이다.두 형제는 지분 경쟁에서 서로 “내가 우위에 있다”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최소 50% 이상, 최대 70%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3분의 2(약 66%) 정도의 우호지분이 내 편”이라며 맞서고 있다.
막판 표심잡기 총력
일본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 표대결을 겨냥해 롯데홀딩스의 배당성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면서 경영 후계자라는 정통성에 흠집이 난 이상 경영 능력과 배당으로 주주들의 표심을 잡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도쿄로 간 뒤 1주일째 머물고 있다. 이 기간 한국에서 언론 폭로전 등을 통해 공세를 펼치는 형과 달리 신 회장은 주총에 대비해 표 단속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현지에서는 표대결로 가면 경영 능력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일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일본 재계 문화를 볼 때 신 총괄회장과 오랜 사업 관계에 있는 주주(롯데홀딩스 투자자)들은 신 회장에게 ‘형을 챙겨줘라. 어느 정도 나눠주라’며 막판까지 타협을 유도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총에서 표대결은 냉정하게 경영을 누가 잘했는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도 유교 문화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찍이 근대화하면서 부자간,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대한 윤리적인 측면보다는 누가 더 능력이 있느냐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 ‘부녀의 난’으로 알려진 일본 오쓰카가구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주주들은 경영 능력을 우선시해 아버지를 밀어내고 사장에 오른 딸의 손을 들어줬다.신 회장이 경영을 맡아온 한국 롯데는 매출 규모 면에서 일본 롯데보다 20배가량 크게 성장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 개인의 소중한 자금도 들어가 있다”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때는 결국 실리적인 차원에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병근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