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치배당40·메리츠코리아 한달 새 '1조 공룡펀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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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82개 펀드로 1조 뭉칫돈지난 7월 한 달간 주식시장이 조정받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51%)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각각 2% 넘게 하락한 탓이다. 하지만 가치주펀드는 0.11%의 손실에 그치면서 선방했다. 이 같은 점이 부각되면서 가치주펀드로 한 달 새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특히 ‘KB가치배당40’(채권혼합)과 ‘메리츠코리아’(주식) 설정액은 최근 1조원대를 돌파했다.
KB가치배당, 채권에 60% 투자
조정장서 수익률 선방
메리츠코리아, 7개월간 몸집 4배
"들어오는 자금 저가매수 기회로"
◆가치주펀드 설정액 13조원 돌파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2개 가치주펀드는 지난달 1조35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전체 설정액이 13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상장지수펀드(ETF·6893억원)나 퇴직연금펀드(4553억원), 배당주펀드(4404억원)와 비교해 자금쏠림이 두드러졌다.
조정장을 틈타 몰려든 이들 자금은 일부 펀드로 집중되면서 2개 펀드가 설정액 1조원대의 ‘공룡펀드’로 부상했다.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펀드는 채권혼합형인 ‘KB가치배당40’이다. 펀드 내 자산의 60%를 채권으로 담아 예금 대안 투자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7월에만 2511억원을 모았다. 40%만 주식을 담고 있다보니 최근 증시 조정에서도 0.57%의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누적 수익률은 6.96%로 다른 주식형 펀드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식형 펀드인 ‘메리츠코리아1’도 한 달 새 2001억원이 유입돼 지난달 설정액 1조1237억원의 대형펀드로 올라섰다. 연초만 해도 2774억원에 불과했던 몸집은 7개월 새 네 배가량 불어났다. 펀드 내 50%가량을 중소형주로 담아 6월까지 40%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지난달 중소형주 하락으로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32%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중소형주 중심으로 조정이 있었지만 70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며 “새로 들어오는 자금은 저가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정장이 반가운 가치주펀드
가치주펀드들은 이번 조정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밀려드는 자금을 활용해 ‘실탄’을 확보, 저가 매수를 통해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탈 수 있어서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를 운용하는 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전무(CIO)는 “지난달부터 중소형주 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 들어 과도하게 급등한 종목들을 덜어내는 대신 하반기 박스권 증시를 염두에 두고 배당 확대가 예상되는 기업과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가치주펀드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높았던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좋다보니 이번 조정장에서도 과거 수익률만 보고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지속돼온 중소형주 강세장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