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인비의 전설(傳說)'…이젠 메이저 최다승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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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랜드슬램 '퍼즐' 맞춘 골프女帝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남녀 골프를 통틀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골프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인비는 이제 여자 골프 메이저 최다승(15승) 기록을 향해 끊임없는 도전을 시작한다.
브리티시女오픈 역전드라마…16승 중 7승이 메이저
"아직 27세 불과하고 스윙 폼 간결해 부상 위험 적어"
◆7m 이글 퍼트로 대역전박인비는 3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턴베리리조트 에일사코스(파72·6410야드)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고진영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했다. 시속 30㎞의 강풍과 세찬 빗방울 속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인비는 5번홀까지 버디 2개,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답게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경기를 했다. 7번홀부터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탄 뒤 14번홀(파5)에서 7m에 이르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고진영에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이후 고진영이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더블 보기를 기록한 반면 박인비는 버디를 잡아내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박인비는 이로써 역대 일곱 번째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12년 만의 대기록이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1999년), 캐리 웹(호주·2001년), 소렌스탐(2003년)까지 6명. 그 ‘전설’의 대열에 박인비가 합류한 것이다.브리티시여자오픈의 우승상금은 45만달러(약 5억2000만원)다. 박인비는 “포기하고 싶은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게 브리티시여자오픈”이라며 “대회 전부터 ‘포기하지 말자’는 목표만 생각한 게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 우승 비율 43.7%
박인비의 대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인비는 지금까지 미국 LPGA투어 통산 16승을 기록했다. 이중 메이저 우승이 7회다. 메이저 우승 비율이 43.7%에 이른다.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단연 1위다. 미국 언론은 큰 경기에 강한 박인비를 ‘메이저 사냥꾼’이라고 부른다.오는 27일로 만 27세가 되는 박인비의 메이저 우승 비율은 소렌스탐, 웹,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LPGA의 전설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박인비 뒤로 청야니(대만·33.3%), 잉크스터(22.6%), 박세리(20%), 웹(17.1) 순이다. 은퇴한 여제 소렌스탐은 13.9%에 머물렀다. 남자 골프로 눈을 돌리면 박인비의 기록이 얼마나 경이적인지 알 수 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24.7%, 타이거 우즈(미국)가 17.7%다.
LPGA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인비가 27세에 불과하며 패티 버그(미국)가 가진 15승의 LPGA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인비는 큰 경기에 강하며, 스윙 폼이 간결해 부상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게 골프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인비가 가장 먼저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은 소렌스탐이다. 박인비는 올해 위민스PGA챔피언십 3연패를 달성하며 소렌스탐이 갖고 있던 메이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내년에는 최초로 메이저 4연패 기록에 도전장을 던진다. 박인비는 또 소렌스탐의 통산 메이저 10승 기록도 곧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에비앙챔피언십마저 석권한다면 5대 메이저를 모두 차지하는 ‘슈퍼 그랜드슬램’을 작성하게 된다.박인비는 7일 제주 오라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 출전한다.
朴대통령 “국민에게 희망 선물”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아시아 골프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축전에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을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좋은 결실을 맺어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