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거센 역풍 부른 신동주의 폭로전

일본어 인터뷰로 정체성 논란
辛총괄회장 건강이상說 증폭
< 신동주 부인만 출국 > 신동주 씨의 부인 조은주 씨가 3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일정을 변경해 한국에 남았다. 애초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귀국일인 3일 일본으로 돌아가 광윤사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 씨는 이날 낮 12시35분께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에 들어온 뒤 게릴라식 폭로전을 이어왔다. 입국 당일인 30일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인 26일 작성한 것이라며 지시서 두 장을 공개했다. 지시서의 내용은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6명을 해임한다는 것과 신 전 부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임명하고 다른 3명을 임원에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시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들어 있다. 이어 31일에는 신 회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육성파일도 공개했다.그러나 인터뷰는 예기치 않은 역풍을 불렀다.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가 인터뷰와 대화를 일본어로 한다는 점에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만 커진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2일 인터뷰에서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만 경영활동을 했기 때문에 한국어가 미숙하다”고 해명하고, 한국어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와 함께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도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신 총괄회장은 4년 전인 2011년 이미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선임된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한국 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차별적 폭로전으로 롯데의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며 “신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동영상이 오히려 그의 건강에 의문을 키우는 등 신 전 부회장이 원하는 여론 조성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