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훔치던 서울대생 붙잡은 경찰 출신 60대 청소부 "학생이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선처 부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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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맨손으로 붙잡아..경찰 감사장 수여
37년간 경찰 근무..."학생이 절도 사건에 연루돼 안타깝다"

4일 서울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박영철 청소반장(63)은 2층 복도 끝 계단에서 수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간 것을 확인한 그는 얼마 전 한 학생이 전공서적 20여권을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신고한 일이 문득 떠올랐다.불길한 예감에 3층으로 올라간 박 반장은 한 남성이 동아리방의 잠겨진 문을 따려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기서 뭐하느냐”고 따지던 순간 그 남성은 갑자기 박씨를 향해 박치기를 하고는 계단으로 끌고 가 내동댕이쳤다. 박 반장은 끝까지 남성의 다리를 놓지 않고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다행히 같은 건물에 있던 다른 경비원 등이 달려와 남성을 제압했다.
경찰 조사결과 절도범은 이 학교 대학원생인 박모 씨(31)로 드러났다. 박 반장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혀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박 씨는 “책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 책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절도범을 붙잡은 박 반장은 송파경찰서에서 정년퇴직을 한 2011년까지 37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다. 박 반장은 “학생과 몸싸움을 벌인 후 허리 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나라의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할 학생이 절도 사건에 연루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선처를 부탁하겠다”고 말했다.관악경찰서는 이날 절도범 검거에 대한 공로로 박 반장과 경비원 등 4명에 감사장을 수여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