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기업인 사면…재계 "조단위 투자·고용 창출 속도낼 것"

정부, 13일 대상 심의·의결
재계 "최태원·김승연 회장 등 최우선 포함될 것" 기대

SK, 반도체·자원개발 등 총수 결정해야 할 현안 산적
"풀려나는 즉시 투자 재개"

동물복제 황우석 박사도
사면 가능성 거론
복역 중이거나 집행유예 상태인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특사)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특사 대상자 명단을 재가한 뒤 이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국무회의를 오는 13일 열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유력한 사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본지 8월6일자 A1면 참조재계에선 기업인 사면을 반기고 있다. “투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기업 총수들이 경영현장에 복귀한다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에 새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투자 확대 속도 내나최 회장은 4년형 중 2년7개월을, 최 수석부회장은 3년6개월형 중 2년4개월을 복역했다. 사면 요건(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을 충족한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해 배임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돼 역시 특별 사면 대상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경영인들은 계열사를 구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려는 경영상의 행위가 배임죄로 규정돼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어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며 “기업인 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들이 최우선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사면될 경우 투자를 확대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SK그룹 내부에서는 “최 회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투자 결정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그가 현업에 복귀하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이후 총 2조3800억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경기 이천 M14 공장이 이달 말 준공하면, 신규 설비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여서 이를 뿌리치려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게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북미지역의 자원개발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인 SK이노베이션도 3분기부터는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고위 관계자는 “투자 성공률이 매우 낮은 해외 자원개발의 특성상 최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미국 내 셰일가스 광구 중 일부가 2분기에 매물로 나왔다”며 “조만간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사업성이 좋은 곳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동물복제기술 전문가인 황우석 박사(수암생명공학연구원 최고기술책임자)에 대한 사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황 박사는 2014년 2월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대법원에서 선고받았다. 그러나 바이오업계에서는 오히려 불임 여성의 잔존 난자를 연구용으로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현행 생명윤리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황 박사의 사면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청년 고용 활성화에 속도 낼 듯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토대이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열쇠”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을 활성화하는 ‘열쇠’는 결국 기업이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기업인에 대한 특사가 이뤄지면 이를 계기로 고용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몇몇 기업은 이미 행동에 들어갔다. SK는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 2017년 2년 동안 총 2만명의 청년들에게 창업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를 지난 5일 발표했다.

한화는 올해 하반기에 예정돼 있던 4232명의 채용계획보다 1497명 늘어난 5729명을 고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는 상반기 채용인원인 2958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LG도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사회 맞춤형 학과’ 운영을 확대하고, 이 과정을 거친 이들을 적극 채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광복 70주년인 올해 8·15 광복절을 전후로 다른 기업에서도 청년 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