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롯데측 "형제 안 만났다"…신동주, 9일 만에 일본행

신동주 "日서 법적대응"

"L투자회사 대표에 동생이 멋대로 취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경영권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입국한 지 9일 만이다. 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후계 구도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7일 오후 8시5분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에 들어온 지 9일 만이다. 그는 당초 지난 3일 일본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급히 변경하며 한국에 머물렀다. 신 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3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숙소 겸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세 부자가 5분간 만난 직후의 결정이었다.이에 따라 형제가 별도로 만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결국 회동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신 회장을 만나자는 제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있는 동안 신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있는 ‘신동빈 해임 지시서’와 육성 녹음, 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일본어 인터뷰가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는 논란을 낳는 등 역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6월30일자로 일본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가 돼 신 전 부회장이 크게 불리해졌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L투자회사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은 출국하기 전 “아버지(신 총괄회장)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신 전 부회장은 이어 일본에서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해 우호 지분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알리지 않고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대표에 오른 것 등이 법적 다툼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에서 돌아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가다, 5일부터는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신 회장은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측근들과 롯데홀딩스 주총 및 신 전 부회장과의 법적 다툼에 대비한 전략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호/강영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