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드리는 건 머리카락…그분들에겐 살아갈 희망"

나누는 삶 - 암 환자·노인에게 미용봉사하는 대한가발협회 이현준 이사장

작년 3월 '코와행복나눔봉사단' 결성…홀수달 암환자, 짝수달엔 노인 미용
"자존심 다치지 않게 조심…더 많은 지역에서 봉사하고파"
“암 환자들은 자신의 민머리를 삶의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생업인 가발 기술이야말로 암 환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주는 건 머리카락이지만, 그들에겐 살아갈 희망이 되는 것이지요.”

지난해 3월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암 환자들에게 무료로 맞춤 가발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이현준 대한가발협회 이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가락본동 협회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가발협회는 지난해 3월 ‘코와행복나눔봉사단’을 결성해 홀수달엔 암 환자 가발 제작을, 짝수달엔 서울 문정동주민센터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이 이사장은 “봉사활동을 할 때 가장 조심하는 건 봉사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암 환자 가발 스타일링은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처음에 가발을 만들어 주겠다 했을 땐 환자들이 잘 오지 않았어요. 장삿속으로 생각하거나 낯선 이에게 민머리를 내보이기 싫었던 거죠.”

매달 고정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회원은 10여명. 가발 완제품 및 재료회사 사장부터 창업 준비자까지 다양하다. 이 이사장은 “봉사단원들은 자신의 생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2007년 결성된 사단법인 대한가발협회엔 밀란, 핑크에이지와 시크릿우먼 등 300여개 회원사와 1000여명의 개인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회는 가발 제작과 관련한 자격증 발급 및 산학협력 주선 등 가발업계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가발 관련 자격증 가운데 국가공인을 받은 건 없다.

대한가발협회는 암 환자용 가발을 무료로 제작하고 노인 이·미용 봉사의 지역 범위를 좀 더 넓히려 했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 이사장은 “아무래도 회원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데다 가발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수요에 비해 봉사의 손길이 너무나 적다”며 “후원과 업무협약 등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이들과 좋은 일을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