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SK, 인터넷은행 제휴 가시화…카카오-한국금융과 격돌

달아오르는 '1호 인터넷은행' 경쟁…거물들이 뭉친다

KT는 교보생명과 추진…인터파크도 뒤늦게 물색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미래에셋증권과 제휴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앞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 컨소시엄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말까지 인터넷은행 설립 신청을 받아 올해 안에 한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미래에셋증권 주도의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하고 협의 중이다. 한국금융지주가 다음카카오와 손잡으며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자 이에 뒤질세라 미래에셋이 회원 수 약 2000만명의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과 제휴를 논의하며 본격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본격화하는 인터넷은행 경쟁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 면허를 따낼 양강(兩强)으로 꼽혀왔다. 금융위가 기존 은행은 신규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힌 데다 두 곳 모두 은행업을 뺀 다른 금융사업을 두루 거느리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은 지난 6월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발표한 뒤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한 다음카카오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래에셋과 제휴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도 미래에셋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요청했다. 미래에셋 측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미래에셋은 당초 새 금융비즈니스를 구현할 폭넓은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3800만여 이용자를 둔 다음카카오를 매력적인 파트너로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경영권을 누가 주도적으로 행사할 것이냐는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다음카카오는 이 때문에 한국금융지주와는 최대주주 변경에 관한 별도 계약을 맺었다. 자본금 1000억원 규모로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때는 한국금융이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지만 향후 증자 시 다음카카오가 1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내용이다.

SK 측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미래에셋·SK플래닛 연합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이 각각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은행업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SK그룹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 취득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지만 소수 지분만이라도 신설 은행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분 참여 모색하는 시중은행다음카카오연합과 미래에셋연합 중 어느 쪽이 금융위의 최종 선택을 받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금융위는 1~2개 사업자에 대해 연내 예비인가를 내 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융업계에서는 1개 사업자에만 인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편의성 관점에선 다음카카오연합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택시, 대리운전, 인터넷쇼핑, 주식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상황에서 은행업을 추가하면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급·결제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외국환 관련 규제 완화로 해외송금업 진출도 가능해졌다.

미래에셋연합은 해외진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만 해도 국내 증권업계에선 가장 많은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데다 미국 찰스슈워브 등 해외 금융사와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SK플래닛은 핵심 역량을 11번가에 집중하며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SK그룹이 미래에셋연합에 합류하면서 경쟁사인 KT는 갈 길이 바빠졌다. 교보생명과 제휴를 모색 중이지만 ‘최대주주 지위’에 관한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은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인터넷전문은행을 방문하기도 했다.

인터파크연합은 10여개 전자상거래 업체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으나 금융위가 은행, 증권 등 대형 금융사를 구성원으로 넣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밝히면서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뱅크런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동성을 공급할 회사가 컨소시엄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존 은행은 1호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독이 깨지면 막는 역할을 하라는 데 대한 불만이다.신한은행이 다음카카오연합의 10% 지분 참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자 경쟁 은행들도 고민에 빠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발이라도 들여놔 신규 은행을 우군으로 삼느냐 아니면 기존 은행이 독자적으로 모바일 뱅킹을 강화하느냐의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