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과일 맛의 공습] 위스키시장 '과일맛 전쟁'…곡선형 디자인·저도주로 여심 공략

페르노리카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
석류향 첨가…부드러운 맛

디아지오 '윈저 더블유 아이스'
솔잎·대추 추출액 등 넣어

롯데주류 '주피터 마일드 블루17'
은은한 과일향에 우디향 첨가…부드럽고 깔끔한 맛 구현

골든블루 '36.5도'
저도주 주도…플러스 성장 견인
과일맛 전쟁은 비단 소주업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 시장에도 과일맛 바람이 불고 있다. 통상 40도를 넘었던 알코올 도수가 점차 낮아지는 저도주 트렌드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달 22일 여성을 위한 위스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선보였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여성 취향을 반영해 부드러운 풍미에 석류향을 넣은 게 특징이다. 간판급 제품인 임페리얼 위스키 원액 99.88%에 석류향 0.12%를 넣어 만들었다. 앞서 발렌타인 위스키에 라임을 첨가한 ‘발렌타인 브라질’도 선보인 바 있다.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형 병에 은색 캡이 달린 패키지를 적용했다. 이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31도로 임페리얼이 조사한 결과에 따라 여성을 위한 최적의 도수라고 판단해 결정했다. 에끌라는 프랑스어로 ‘광채’라는 뜻이다. 450mL 한 병의 출고가는 3만6300원으로 경쟁 제품보다 1만원 정도 비싸다.

장 마누엘 스프리에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앞으로 하나의 상징적인 브랜드로서 트렌디하고 높은 안목의 감각적인 여성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윈저’ 위스키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도 과일맛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3월 윈저 원액에 솔잎, 대추, 무화과 추출액 등을 넣어 만든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35도다. 업계에서는 식음료 업계 전반에 부는 과일 맛 바람 속에 페르노리카의 석류맛 위스키인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의 대항마 제품으로 보고 있다.3월 부산·경남 지역에 먼저 선보인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초기 3개월치 물량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일반적인 제품 개발 과정에 비해 두 배가 넘는 6회 이상의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고, 2년여의 개발 기간을 통해 한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맛과 향을 찾아낸 게 윈저 더블유 아이스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과일맛’ 순한 소주 돌풍을 일으킨 롯데주류가 위스키 시장에서는 ‘주피터 마일드블루17’이라는 제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왕으로 불리는 제우스의 영문 이름인 ‘주피터’와 부드러운 맛과 달콤한 향의 제품 속성을 표현하는 ‘마일드블루’를 혼합해 ‘주피터 마일드블루’로 이름을 정했다. 35도로 17년산 정통 스카치 위스키 원액 99%에 은은한 과일향과 우디향을 첨가했다. 스코틀랜드 방식의 냉동 여과 등 엄격한 공법을 통해 부드럽고 깔끔한 향과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과일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것도 위스키 업계의 또 하나의 트렌드다. 일반적으로 40도를 넘는 위스키 도수가 30도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31도,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와 롯데주류의 주피터 마일드블루17은 모두 35도다.저도수 위스키 경쟁은 2009년 토종 브랜드 골든블루가 36.5도 위스키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업계는 이 전략이 지난 수년 동안 위스키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골든블루가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36.5도 제품의 판매 호조로 올 1분기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네 배 수준인 52억원으로 급증했다”며 “부산에서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앞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윈저 더블유 아이스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출시 후 3개월 동안은 저도주 인기가 유독 높은 부산·경남권에서만 판매했지만 최근 들어 제주 지역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재주문율이 80%에 달하는 등 소비자 호응이 좋기 때문이다. 제주를 택한 것은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이 지난해 전국 기준으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감소한 반면 제주에서는 4.7%포인트 성장해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