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삶의 질 높이기' 경쟁
입력
수정
지면A16
강남세브란스·서울성모 등국내 대학병원들이 수술 및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절개부위를 줄이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치료 성공률을 넘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수술·치료시간 단축하고 절개 부위도 최소화
스트레스·후유증 줄여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48세 여성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면서 방사선치료를 함께했다. 한 수술실에서 외과 교수가 수술 부위를 절개하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특수 장비를 이용해 방사선을 쏘는 방식이었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메이요클리닉 등이 활용하는 치료법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전체 대장암 환자의 17%, 직장암 환자의 42%는 수술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이들 환자는 수술 도중 방사선치료실로 옮기거나 수술 후 다시 병원을 찾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한 수술실에서 두 가지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병원의 변화는 각종 센터와 클리닉 개설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7월 세브란스병원은 암병원 내에 흉터성형레이저센터를 열었다. 각종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치료부위를 초기부터 관리해 상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암 환자를 위한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열었다.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종양내과 소속 의료진이 암 환자의 통증과 우울증,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을 관리하고 있다. 암 환자 생존률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후유증과 스트레스, 통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병원 관계자는 “암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과정에 참여해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수술 때 잘라내는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수술은 수술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간암 환자에게 배를 완전히 여는 개복수술보다 내시경 장비 등을 이용한 복강경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두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비슷했지만 복강경 수술을 받은 쪽이 회복기간이 짧고 합병증이 적었다. 로봇수술도 절개 구멍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로봇수술용 칼과 카메라를 넣기 위해 2~3개의 구멍을 따로 뚫었지만 최근에는 배꼽 아래에 하나의 구멍만 뚫고 하는 수술이 인기다.
병원 관계자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치료 회복과 일상 복귀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환자가 늘면서 치료 설계 방향 역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