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일본도 안가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왜 간다는 건가

정부가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어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그대로다. 그렇지만 정부는 몇 달 전부터 참석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던 터다. 지금도 9월3일쯤 예상되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대통령 참모들은 방중의 명분을 찾는 데 부심하는 모양이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도 대부분 불참을 기정사실화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체코 정도만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조차 가지 않는다. 중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대거 불참했고 북한도 빠졌다. 물론 박 대통령도 가지 않았다. 전승절이라고는 하지만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중국군 주체는 마오쩌둥의 공산당 팔로군이 아니라, 장제스의 중화민국 군대였다. 더구나 이번 전승절 행사엔 아베 총리가 불참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무산된 상황이다. 이런 자리에 굳이 박 대통령이 가야 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한국의 외교 행보가 그야말로 위태롭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과의 FTA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택했다. 미국 워싱턴에선 중국과 가까워지는 한국과 거리를 두려는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TPP 가입이 요원해지고, 한·미·일 3각 방위협력을 미·일·호주 3각 협력체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런 친중 외교로 중국의 대북 자세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북핵문제만 해도 중국은 아직도 한반도 핵문제라고 비틀어 말하고 있다. ‘사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외교장관은 이런 딜레마를 어이없게도 축복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했던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을 상기시킨다. 한국 외교는 일본과의 과거사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