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 지누 부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1888년 2월 파리를 떠나 프랑스 남부 아를로 이주했다. 그해 5월에서 9월 중순까지 하숙집 ‘카페 드 라 가르’에서 생활한 그는 40대 여주인 지누 부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누 부인이 비록 아름답지는 않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여서 그는 남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고흐는 1890년 자살할 때까지 지누 부인의 초상화 다섯 점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흐가 자살 직전 완성한 이 작품은 화사한 봄꽃이 그려져 있는 벽지를 배경으로 흰옷을 입은 지누 부인을 리드미컬하게 잡아냈다. 항상 어두운 옷차림의 지누 부인을 모델로 그렸던 그가 밝은색을 활용한 이유는 뭘까. 여인에게서 ‘자궁’처럼 편안한 감정을 느낀 동시에 자신을 현실 너머 어딘가로 데려다줄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정의 표시로 고갱에게 선물한 이 그림은 1929년 미국 소아과 의사 해리 백윈이 구입해 소장해오다 2006년 경매에서 4033만6000달러(약 470억원)에 팔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