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과제' 산적한 최태원 회장…지배구조 개편·신규투자 속도내나

최태원 SK 회장, 사면으로 사실상 경영 복귀 신호탄
지배구조 개편안 나오나 촉각…성장동력 발굴 탄력 받을 듯
[ 최유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산적한 과제와 마주할 전망이다. 2년 넘게 자리를 비우면서 그룹 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이틀 앞둔 1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총 6527명을 특별사면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복귀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이슈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SK그룹의 통합 지주회사인 SK를 출범시켰지만 자회사의 지분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1일 통합 SK를 공식 출범시켰다. SK C&C가 기존 SK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주사인 SK 위에 SK C&C가 있는 이른바 '옥상옥(屋上屋)' 구조에서 벗어났다. 최 회장→SK C&C→SK→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최 회장→SK→자회사로 단순화시킨 것. 옥상옥 구조를 해소했지만 SK하이닉스의 지분 이동이 SK그룹의 남은 과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로 옮기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SK하이닉스의 이익은 SK텔레콤에 지분법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법인세 차감 후 SK지주회사에 인식되는 연결기준 이익은 SK하이닉스 전체 순이익의 4.6%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지분을 이동시키면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이 법인세 없이 SK의 연결기준으로 바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한 후 합병하는 방안이나 지분을 스왑(교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어떤 시나리오가 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손자회사인 SK플래닛과 증손회사인 SK컴즈의 지분 변동도 시급한 숙제다.

SK플래닛은 내달 말까지 보유중인 SK컴즈의 지분 64.5%을 전량 매각하거나 100%로 지분을 늘려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증권업계에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컴즈를 매각하거나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 등이다. 만성적자에 빠진 SK컴즈이지만 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플랫폼 사업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다. 여러 안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의 판단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의 복귀로 신규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전체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만큼 새 먹거리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이 출범한 후 현금 여력이 확대되면서 해외 M&A(인수·합병) 등 큰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이로 인해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 지주회사가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최 회장의 경영 업무는 이에 집중될 전망이다.조대식 SK 사장은 "통합 지주회사가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 세전이익 1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를 5대 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