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전격 평가절하] 전방위 경기부양 나선 중국…'통화·재정' 안 먹히자 환율까지 동원

인민은행, 위안화 가치 1.86% 최대폭 절하
자본유출 우려 불구 '수출 살리기' 나서
IMF 특별인출권 편입위한 목적도
중국 인민은행이 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1.86% 높게 고시해 사실상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대만 타이베이의 한 은행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타이베이EPA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11위안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작년 4분기 이후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급격히 하락하면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도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랬던 인민은행이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으로 절하(기준환율 인상)한 것은 수출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편입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가치 사상 최대폭 절하중국은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인민은행이 그날의 기준환율을 고시하면, 시장 환율은 이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4월 이후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11위안대로 고시해 왔다.

인민은행은 그러나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기준환율 대비 1.86% 높은 것이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환율 인상(위안화 가치 절하)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이처럼 대폭 높여서 제시한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인민은행의 기준환율 인상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8938%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 6.3272위안에 마감했다.

올 들어 위안화 환율은 중국 정부엔 ‘양날의 검’과 같았다. 중국은 작년 4분기부터 자본 유출이 본격화됐다. 중국은 그동안 전형적인 자본수지 흑자 국가였지만 작년 4분기부터 대규모 적자가 나기 시작해 연간으로 96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도 1590억달러 적자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자본 유출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수출 감소세 우려하지만 수출이 문제였다. 작년까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지난 3월부터 한 달을 제외하고 줄곧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 같은 수출 둔화에는 글로벌 경기 부진, 동남아 등지로의 생산공장 이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기타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중국 관세청은 분석했다. 상하이에 있는 JK생명보험의 우 칸 펀드매니저는 “지난 주말 발표된 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 감소해 예상치(1.5% 감소)에 크게 못 미쳤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진작시키겠다는 것이 인민은행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가 위안화의 IMF SDR 편입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IMF는 올 11월로 예정됐던 SDR 바스켓통화 변경 심사를 내년 하반기로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MF는 그러면서 “위안화가 SDR 바스켓 통화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금융개혁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SDR 편입요건은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 친화적이고 국내와 국외 간 적용 환율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그동안 자본 유출을 우려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게 고시해 왔는데 이를 보다 시장환율에 맞게 조정했다는 것이다.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이날 “향후 외환시장의 전날 환율 종가와 시장조성자들의 주문가격을 반영해 기준환율을 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SDR 바스켓 통화 편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은정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