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혁신 유지'가 IT 기업의 경쟁력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지난 10일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회사인 다음카카오와 구글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전격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다음카카오의 경영사령탑은 35세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맡게 됐고, 구글 CEO에는 43세의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이 선임됐다.

임 내정자가 본격적인 업무 파악에 들어간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다음카카오 사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했다. 곳곳에서 서로 영문 이름으로 부르며 치열한 토론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임 내정자도 이곳에서는 별다른 호칭 없이 ‘브라이언’과 ‘지미’로 불린다. 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는 20여개 팀별로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조직”이라며 “팀장 등 보직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최세훈·이석우 대표도 다음달 23일 임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팀장으로 돌아가 각각 재무와 대외협력 부문을 맡게 된다. 수직적 상하 관계에 익숙한 국내 기업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새로 설립하는 지주사 ‘알파벳’을 이끌게 된다. 페이지 CEO는 공개 서한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차세대 성장을 주도하는 기술산업에서는 편안함을 경계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의 덩치가 커지면서 조직이 관료화하고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구글이 지난 10년간 인수한 기업은 200개가 넘고 최근 1년간 인수한 회사만 50여개에 달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구글과 다음카카오는 쾌속질주하며 사업을 키워온 성공 기업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빚어지는 관료화로 인해 혁신 마인드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사업 초기 벤처 마인드로 무장해 재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자유로운 의사소통,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IT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