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미친듯이' 늘어 하루 300만배럴씩 재고"

국제에너지기구 진단

"이란 원유 수출 늘릴 땐 공급과잉 훨씬 심화될 듯"
“원유 공급량이 ‘목이 부러질 듯한 속도(breakneck speed)’로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2일(현지시간) 월례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을 분석하며 표현한 말이다. IEA는 원유 공급과잉으로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지난 2분기 기준 하루 300만배럴로, 1998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밝혔다.IEA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9653만배럴을 기록했다. 전체 원유 수요량 9350만배럴보다 303만배럴 초과한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수급 격차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내년에도 하루 85만배럴 이상의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공급량은 2013년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으려는 산유국의 경쟁적인 생산 증가와 미국의 셰일오일 혁명, 중국의 수요 감소 등이 공급과잉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회원국의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은 3150만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6월보다 하루평균 10만배럴 늘어난 규모로 OPEC에 대한 수요 전망치(3060만배럴)를 웃도는 수준이다. OPEC 회원국 중 한 곳인 이란은 지난달 하루평균 286만배럴을 뽑아내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2012년 6월 이후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지난해 6월만 해도 배럴당 115달러에 이르던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4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공급과잉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FT는 “IEA의 공급량 증가 전망은 앞으로 늘어날 이란의 공급량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본격적인 원유 수출에 나설 경우 공급과잉이 훨씬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지만, 하루 1000만배럴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할 계획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도 채굴 비용 효율화를 통해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업체들이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