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그룹, 집안조명 컨설팅에서 AS까지 통합 서비스

'LED인테리어' 진출 스토리
노스페이스 패션, 한샘 부엌사업, 총각네야채가게 서비스 벤치마킹

남영전구 조명 단순생산서 직접 소비자 판매로 확대
매장도 카페 분위기로…연내 20곳 문 열기로
지난 17일 경기 안양에 문을 연 루씨엘 1호 대리점.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송원그룹 김해련 회장(사진)은 2013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 남영전구를 통해 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처럼 조명업자에게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B2C 방식을 구상했다. 그 결과가 지난 6월 내놓은 ‘루씨엘’이란 브랜드다.

다른 회사와 달리 조명업자를 거치지 않고 제품 선정부터 시공,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모델이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이 결합된 질 좋은 조명으로 전체 집안을 바꿔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명업체가 처음 시도하는 루씨엘은 LED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변화 역설했지만 …김 회장은 “루씨엘 브랜드가 태어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첫 번째 부딪친 벽은 직원들의 인식이었다. 김 회장은 남영전구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차례 설명했다.

그가 든 예는 IBM이었다. 컴퓨터를 생산하던 IBM이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솔루션 기업으로 바뀐 것을 예로 들었다. 전구 하나씩 파는 게 아니라 거실, 주방, 욕실 등 집안 조명을 통째로 설계 시공해주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남영전구 임직원들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송원그룹은 태경화학 백광소재 경인에코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남영전구도 조명업자에게 주로 제품을 판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수십년간 B2B 사업을 한 기업을 갑자기 B2C 기업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직원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부친 김영환 회장이 별세해 기업을 승계하기 전까지 여성복 브랜드, 인터넷 쇼핑몰, 소비자 트렌드 컨설팅을 한 김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혁신 위해 패션전문가 사장 영입

김 회장은 회사 분위기와 전략을 바꾸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다. 현재 루씨엘 사업을 주도하는 김철주 대표다. 그는 조명 전문가가 아니라 노스페이스 전무를 지낸 패션 전문가다.김 대표는 16년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성장을 이끈 실적이 있었다. 김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경영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조명도 브랜드와 디자인 중심의 시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김 회장의 생각이 인사에 반영된 것이다.

벤치마킹도 했다. 대상은 부엌가구로 시작해 종합 인테리어로 영역을 확장한 한샘이었다. 한샘은 김 회장이 지향하는 제품 생산에서 유통, 판매, 시공으로 이어지는 사업모델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각네야채가게도 김 회장이 유심히 본 회사다. “젊은 사람들이 싹싹하게 일도 잘한다는 이미지의 총각네야채가게를 보고 직원 뽑는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집에 들어가는 조명 설치기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사람들 위주로 뽑고 있다. IBM과 한샘, 총각네야채가게가 루씨엘 브랜드가 만들어진 기초가 된 것이다.

남영전구는 지난 17일 경기 안양에 첫 ‘루씨엘’ 대리점을 열었다. 연내 전국 20곳에 대리점을 열 계획이다. 대리점 경쟁률은 어떤 지역에선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김 회장은 “LED 조명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다른 회사와 합작해 새로운 소비재 기업을 설립해 송원그룹을 새롭게 변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현동/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