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지향주의'로 중세 상권 장악한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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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 유대인의 기업가 정신 (6·끝)유대인은 떠돌이 민족이다. 그들은 설사 정주민족 내에 들어와 살더라도 영원한 이방인이자 아웃라이어다. 아웃라이어란 표본 집단에서 동떨어진 존재를 이야기한다. 소외된 자, 그늘에 가려진 자, 사회에서 매장된 자. 그들이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이러한 아웃라이어들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를 준다. 그것도 황금 기회를. 농경사회에서 축출돼 상업에 눈뜨고 뿔뿔이 흩어지게 돼 글로벌한 민족이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아니 이것이 역사의 이치다. 뒤집어 보면 유대인은 가장 생산성이 낮은 농업에서 퇴출당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업과 교역으로, 그리고 상인집단인 길드에서 퇴출당한 다음에 이를 이겨내기 위해 고객지향주의를 창출했다. 고객지향적인 현대 경영학 이론은 대부분 유대인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 위해 싼 값에 물건 공급
길드가 정한 가격 체계 허물어
고객 중심의 자유경쟁 토대 형성
현대 자본주의의 씨앗으로
# 유대인으로부터 나온 ‘고객지향주의’중세에 유대 상인들은 가는 곳마다 상권을 장악했다. 그러자 당시 막강했던 상인조합인 길드로부터 쫓겨났다. 중세 상업은 길드가 정한 원칙을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정액의 임금과 가격,공평한 제도의 추구였다. 여기서 말하는 공평한 제도란 합의에 의해 시장에서의 일정 분배율이 결정되고, 이익이 보장되며, 생산 한도가 설정되는 것 같은 제도를 가리킨다.
길드로부터 퇴출당한 유대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길드 내 상인보다 더 좋은 물건을 더 싼값에 공급하면서도 고객 서비스 수준을 더 좋게 해줘야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게 고객의 니즈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유대인은 길드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오로지 ‘고객만족’으로 승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을 유일한 법으로 생각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씨앗이 됐다.길드에서 배제된 유대인이 ‘착한’ 가격으로 중세 상업의 기반을 흔들어놨다. 유대인은 길드가 정한 가격과 이익체계를 해체해버리고 고객 중심의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 통에 오히려 막강했던 길드가 와해됐다.
근대 초 독일권의 한자상인들이 유대상인들과 소금 유통권을 갖고 싸우다 와해된 것도 좋은 예다. 한자상인이 암염으로 유럽 북부상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유대상인은 스페인에서 천일염을 들여와 이를 한 번 더 정제해 암염보다 훨씬 싼값에 공급했다. 당연히 품질 좋고 싼 천일염이 기존 유통을 대체했다. 게다가 유대인은 당시 어음거래를 했는데 한자상인은 현금거래를 고집하다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로써 유럽의 상권 세력이 바뀌었다.
우리가 유대인 바이어와 거래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거래 초기단계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 내용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계약을 일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나 유대인에게 계약이란 일의 완성을 의미한다. 유대인은 한 번 맺은 약속인 계약은 철저히 이행한다. 유대교의 특징이 계약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그들이 비단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도 중시하는 이유다.# 좋은 질문을 해야 훌륭한 리더
유대인 기업가는 항상 직원과 소통하면서 좋은 질문을 던져 창의적인 토론을 유도하곤 한다. 그들이 사장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앉아 근무하는 이유다.
탈무드에는 ‘혼자서 배우면 바보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탈무드를 가르칠 때는 질문과 토론 방식으로 가르친다. 이런 방식은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 또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수업방식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며 질문을 매개로 토론이 진행된다.질문은 준비된 자의 노고의 산물이다. 좋은 질문일수록 그렇다. 질문이 유대인 창의성의 뿌리다. 불꽃 튀는 질문과 토론은 여러 사고방식의 충돌과 융합에 의해 창의성을 길러내는 토양이 된다. 이제는 학문에서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고 있다.
유대인 가르침 가운데는 ‘사람은 잘 배워야 한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배우는 습관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수동적으로 배우는 습관을 들이면 인간의 천성적인 창의력이 서서히 죽기 때문이다. 탈무드는 ‘교사는 혼자만 알고 떠들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가 듣기만 한다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앵무새를 키우는 것일 뿐이다. 교사가 이야기하면 학생은 그것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질문에도 격이 있다. 질문이란 것은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알아야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을 유도한다. 질문하는 것을 보면 학생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대인 학교에서는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학급의 리더가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가도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다.
홍익희 < 세종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