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남북대화] 남한, 대북 심리전 지속…북한은 잠수함 50여척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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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접촉에도 긴장 고조
북한, 전형적 화전양면 전술
전방부대 포병전력 2배로…기지 이탈 잠수함 식별 안돼
남한, 최고수준 경계태세 유지
미군 정찰위성 등 활용 북측 움직임 실시간 감시

23일 기지를 빠져나와 동해와 서해에서 기동 중인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은 50여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보유 중인 로미오급(1800t), 상어급(325t), 연어급(130t) 등 잠수함과 잠수정 77척 중 70%가량이 기지에서 나왔다. 군 관계자는 이날 “잠수함과 잠수정의 기지 이탈 비율이 평소의 열 배로 급증했다”며 “단일 출항 규모로는 6·25전쟁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처럼 잠수함을 대거 기동시키고 위치마저 식별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로 폭침당했다.군은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대잠헬기 ‘링스’를 탑재한 구축함과 호위함, 해상초계기 ‘P-3C’를 추가 배치하고 잠수함을 통한 탐지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209급(1200t급) 9척과 214급(1800t) 4척 등 13척의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군 포병 부대 중 진지 및 지하갱도 등에서 나와 사격대기 상태로 들어간 전력도 지난 21일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 군도 최대 사거리가 36㎞로 36발의 로켓을 장전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포 ‘구룡’ 등 화력장비를 긴급 보강 중이며 엄폐된 진지에서 수분 내 응사할 수 있는 K-9 자주포 비율을 높이고 있다.
북한군은 21일 최고사령부가 전방부대에 명령한 ‘전시상태’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증강 배치한 병력과 화기를 유지한 채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화전양면 전술’에 따른 것으로 군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압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 다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회담이 끝내 아무런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추가 일정도 잡히지 않을 것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오판으로 3차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우리 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한 뒤 미군 정찰위성 등 각종 감시 장비의 도움을 받아 북한군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미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공군이 22일 낮 F-15K 전투기 4대로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할 때 주한미군은 F-16 전투기 4대를 함께 띄워 연합방위태세를 과시했다. 북한군의 공세적인 움직임에 따라 주한미군도 북측에 훨씬 위협적인 전략자산을 투입할지도 관심거리다. 작년 2월 미군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서해 직도 상공에 출격시키자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