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정부 '어닝쇼크 17사 회계법인 바꿔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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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오랜 계약관계…객관적 감사 못해"▶마켓인사이트 8월26일 오후 4시23분
17개사 "회계연도 중간에 교체…신인도 타격"

현행법상 외부감사인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기업이 자유롭게 선정한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욱 공정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기업에 한해 금융감독원이 강제로 감사인을 지정한다.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기업과 관리종목이 강제 지정 대상이다. 분식회계가 적발돼 제재받은 기업과 부채비율이 높은 곳(부채비율 200% 초과+업계 평균 부채비율 1.5배 초과+이자보상배율 1 미만)도 해당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분식회계 혐의가 있으면 곧바로 금융당국이 조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해당 회사의 내부 감사위원회가 별도의 회계법인을 선정해 조사한 뒤 결과를 당국에 보고하는 ‘10A’라는 제도가 있다. 금융당국은 한국에 이 제도를 도입하기엔 내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자율지정’ 제도라는 중간 성격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율지정 제도에 대해 ‘말로만 자율일 뿐 실상은 강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회계연도 중간에 갑자기 외부감사인을 교체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고 항변한다. 빅배스 의혹이 있는 17개 상장사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금융당국이 급격한 손익 변동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질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감사인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명예퇴직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손익 변동이 생긴 기업도 포함됐다는 주장이다.금융당국이 당장 다음달부터 감사인을 교체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9월 국정감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갑자기 외부감사인을 바꾸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수주 영업 등이 어려워지고 주가도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