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슈바이처·재난 현장 목사…우리 주변 성자들의 감동 스토리
입력
수정
지면A36
고우 스님 등 20명 얘기 담은 '우리 곁의…' 출간

1987년 서울 신림동 판자촌에 극빈환자와 노숙자, 행려병자 등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요셉의원을 세운 선우경식 원장(1945~2008)이 20년 동안 요셉의원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다.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서울의 한 종합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하던 그는 1983년 우연히 신림동에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사랑의 발길’을 끊지 못했다. 길거리를 떠도는 수십만명의 노숙자에게 “약 챙겨 먹어라” “술 마시지 말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영등포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조현삼 목사는 ‘재난 현장의 사나이’다. 중국 쓰촨성 지진(2008년), 필리핀 태풍 하이옌(2013년) 등 국제 재난뉴스의 현장엔 언제나 그가 결성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있다.법정 스님의 처소였던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는 스님이 생전에 직접 만든 ‘빠삐용 의자’가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절해고도(絶海孤島)에 갇혔던 빠삐용의 죄명은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 영화 ‘빠삐용’을 보고 이 의자를 만들었다는 스님은 평소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이 의자에 앉으면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엄벙덤벙 살아가는 인생들에겐 뼈아픈 죽비소리”라고 표현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