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활성화하려면 재무제표만 보면 안돼"

2015 벤처썸머포럼

'김기사' 앱 개발한 박종환 대표와 토론회
제주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2015 벤처썸머포럼’ 벤처오픈토크에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사회·왼쪽부터), 박종환 록앤올 대표,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설립 초기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모두 강제적으로 사게 했다.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성과를 공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지난 5월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을 다음카카오에 매각한 박종환 록앤올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 26일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5 벤처썸머포럼’의 주요 행사인 ‘벤처오픈토크’에서 젊은 벤처인들과 성공 경험을 공유했다.박 대표는 “창업은 절실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투자환경이 좋아져 자기돈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지만 “자기돈을 갖고 사업해야 훨씬 절실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매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매출 20억원에 영업이익도 못 내는 회사를 626억원에 매각했다고 하니 세무사가 ‘국세청이 분명 의심할 것이다. 추가 자료를 준비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려면 “재무제표만으로 회사를 판단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매각한 것에 대해 “M&A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회사가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는 66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사진·영상 전문기업 젤리버스의 김세중 대표, 국내 언론사 등 900여개 기업에 로그인 없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세중 대표는 “젤리버스는 사진과 영상에 민감한 해외 10대가 주 사용자”라며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이들의 문화에 잘 대응한 덕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를 단순히 어린애들, 학생으로만 치부한다면 큰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공 비결로는 글로벌 감각을 꼽았다.김 대표는 “회사가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해외 출장 때 직원 11명 모두 데리고 간다”고 했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직원들은 이후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제품 개발 때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미균 대표는 “2010년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전 직원 워크숍을 필리핀 세부로 갔다”며 “이때부터 갑자기 고객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한두 곳씩 느는 게 아니라 20곳, 50곳, 70곳으로 늘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는 직원들끼리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후 매년 해외로 워크숍을 간다”고 했다.

제주=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