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복강녕 염원을 담아낸 부적 같은 그림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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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해 씨, 31일부터 한경갤러리에서 민화전우리 민화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염원을 담은 ‘생활 부적’ 같은 그림이다. 호랑이나 까치, 꽃, 나비 등 서민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그림은 새해 정초에 대문에 내걸어 액을 물리치는 용도로도 쓰였다. 최근에는 국제 미술계에서도 한국 민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화를 되살려 내려는 이가 있다. 지난 20여년간 민화에 빠져 살아온 김정해 한국미술협회 현대민화활성화위원장이다.
전시회를 비롯해 실기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민화의 대중화와 현대화에 앞장서 온 김 위원장이 31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성대 미술대학원에서 전통채색화를 공부한 그는 ‘운향 풍경’을 주제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 자손의 번영과 행복을 상징하는 연꽃, 조충도, 독도 그림 등 근작 30여점을 걸었다.김 위원장에게 전통 민화의 재현은 원본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다 작가의 맑은 기운을 투영하는 작업이다. 장식성을 최대한 되살리되 지나치게 복잡함을 피한 것이 특징. 섬세한 필치와 짜임새 있는 구도, 화사한 오방색채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연꽃이나 화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표현이 매우 간결하고 현대적이어서 전통 회화의 운치를 더해 준다. 탐스러운 모란 꽃송이와 나비, 새, 연꽃 등으로 꾸민 병풍 그림 역시 색채가 화려해 꿈처럼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거북이, 학, 사슴, 소나무 등을 명랑한 현대적 화풍으로 재현한 십장생도, 포도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도 과거와 현재, 부드러움과 강렬함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올해 초 작업실을 서울 인사동으로 옮긴 작가는 민화를 하면 할수록 활력이 넘친다고 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민화 병’에 걸렸으니 어찌할 도리도 없다. 온종일 같은 자세로 작업해도 몸이 거뜬하다. 작업을 거른 날엔 오히려 몸이 아프다. 민화 작업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민화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며 “그런 마음의 기운이 사람을 편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