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금리인상 임박은 경제체력 좋아졌다는 증거…과거 14차례 올릴 때 미국 증시 연평균수익률 5.3%

외신에서 최근 글로벌 증시를 묘사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노즈다이브(nosedive·급락)’다. 비행기가 지면을 향해 코를 박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주가지수 차트를 보면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20일부터 25일까지 4거래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2% 급락했다. 2013년 중반 세계 증시가 급락했던 ‘버냉키(전 미국 중앙은행 의장) 충격’ 당시에도 이렇진 않았다. 지난해 초 미국의 경기 불안감이 높아졌을 때도 미 증시는 견조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 10% 이상 하락은 한 것은 약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단기 조정으로 가격부담 어느 정도 해소
참아왔던 주식 처분 욕구를 풀어내는 듯한 급락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에 저렴한 달러를 공급해온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기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투매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수요 창출을 주도했던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다. 물론 둘 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발표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잔뜩 예민해진 때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급락은 그동안 쌓여있던 가격부담을 크게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5년간 주가수익비율(PER) 평균과 비교할 때 급락 전 S&P500의 PER은 20%가량 고평가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정 이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지수 하락폭만큼 낮아졌다. 더 먼 길을 안정적으로 갈 채비를 한 셈이다.금리 인상을 악재로만 볼 수는 없어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국 증시에 복병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 풀어놨던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투자자들의 마음이 불안해질 만하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 같은 걱정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1970년 이후 미국이 단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주기에 들어갔던 14차례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준금리 인상 직전 S&P500의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회복을 감안한 결정이었던 만큼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투자심리를 안정시킨 것이다. 주가 흐름도 견조했다. 기준금리 인상 3개월 전부터 기준금리 인상 당일까지를 기준으로 총 14차례 중 10차례는 주가가 올랐다. 14차례 전체 수익률 평균도 5.3%로 비교적 높았다.
※메이저 달러인덱스는 주요 7개국, 브로드 달러인덱스는 미국과 교역이 활발한 20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야 할 만한 돌발 변수가 생기는 것일 수 있다. 시장은 지난 7월 FOMC의 성명서와 의사록 등을 바탕으로 연내 인상을 점쳐왔다. 미 고용시장이 ‘조금 더(some further)’ 개선되는 것을 기준금리 인상 요건으로 밝히고 있어서다. 미 고용지표는 7월 FOMC 이후 개선세를 이어갔다. 연내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종종 거론되는 ‘저물가’는 고용시장에 후행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결정적 요인은 아닌 듯하다.

중국 증시 급락 이후엔 금융시장 불안이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연준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유로존, 중국 등의 ‘국제동향(international developments)’이 불안해지면 미국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진다면 미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견뎌낼 만큼의 체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다.미국 금리선물 가격의 최근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전보다 낮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 투자자가 여전히 더 많다.

에너지 업종 부진도 변수

주가 우상향 여정의 또 다른 복병은 유가의 추가 급락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은 미 에너지 기업이익 전망치의 60% 하향 조정을 가져왔다. S&P500의 기업이익 전망치도 동반 하향 조정됐다. 올해 미 주가 상승세가 크게 둔화된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최근 유가는 다시 하락해 전저점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 추가 급락 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원유공급시장의 대마(大馬)들은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반등의 단초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업종의 추가적인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기업이 투자계획 철회, 감원, 합병 등으로 저유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주식 상승에 가장 큰 부담은 사실 강(强)달러다. 선진국 7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의미하는 ‘메이저 달러인덱스’는 최근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확장정책으로 넘쳐나는 유로화와 엔화가 ‘캐리 트레이트’(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다른 통화 자산에 투자)에 활용돼왔는데 최근 글로벌 시장 불안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국을 포함한 2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브로드 달러인덱스’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신흥시장 기업들과 비교해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의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 주식의 오름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김일혁 <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 holistic@hna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