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관악구청사 '용꿈꾸는 작은도서관'…1층 행정공간, 도서관으로 꾸며…주민들의 '열린 쉼터'
입력
수정
지면A27
스토리가 있는 도서관서울 봉천동 관악구청사에 들어가면 1층 한쪽에 걸린 도서관 간판이 눈에 띈다. 2012년 문을 연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다. 청사 외부에서 도서관으로 통하는 출입문도 따로 있다. 민원인이나 행인들이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면적 33㎡, 열람석 6석, 장서 1000권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면 문을 열 수 있는 소규모 도서관이다. 주로 일반 도서관을 설립하기 어렵거나 기존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지역에 세워진다. 굳이 청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 지을 수 있는 규모인데도 구에서 민원 수요가 가장 많은 구청사에 들어섰다는 점이 특이하다.이 도서관은 면적 230㎡의 복층 구조로 작은도서관으로는 큰 편에 속한다. 장서 수도 1만6900여권으로 마을문고 수준의 작은도서관보다 많다.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은 청사 건립 당시 민원여권과였던 자리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한국자산신탁이 건립비용으로 1억원을 내놓았고, 출판사와 주민, 관악구 공무원들이 6000여권의 책을 기증했다.
자리는 넓지 않아도 서가와 책 읽을 공간을 조화롭게 배치해 지역 주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평소 도서관을 찾기 어려웠던 인근 상가 주민들도 틈틈이 찾아와 책을 빌려간다. 작은도서관에 없는 책은 구립 공공도서관이 보유한 책을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 신청 다음 날이면 받을 수 있다.관악구는 이 서비스에 ‘지식도시락’이란 이름을 붙이고 상호대차를 위한 전용차량 3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에 힘입어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800~1000명, 하루 평균 대출 권수는 238권에 달한다. 일반 도서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이용 실적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2013년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 중에는 전문사서나 상근 근무자가 없어 책만 덩그러니 꽂혀 있는 곳도 많다. 관악구는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을 구 대표 문화시설로 만들기 위해 북콘서트를 분기마다 열고, 인생의 역경을 이겨낸 명사들을 초청해 강연도 연다. 서울대 학생 또는 구내 주민으로 구성된 독서동아리 회원들은 이곳에서 자주 독서 모임을 한다.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구청장’으로 불리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의지로 세워졌다. 유 청장은 “도서관은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주민 이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접근성이 가장 좋은 구청에 도서관을 마련했다”며 “구둣방 주인, ‘야쿠르트 아줌마’ 같은 이웃들이 책을 읽어 참 좋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