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의 자동차산업, 탈출구는 R&D…투자액은 독일·일본의 20% 불과"

국가미래연구원, 제2회 '산업경쟁력포럼'…한경 후원

30조원 vs 6조원
R&D 차이가 기술 격차로 "규제 풀어 투자 환경 개선해야"

중국 '무서운 추격'
정부 차원 연구·개발 지원…해외 핵심인재 영입 잇따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3일 열린 ‘산업경쟁력포럼 제2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국장,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자동차부품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한국 자동차 기업의 R&D 투자액은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기업들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 정부의 관련 부문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中에 쫓기고 日·獨은 달아나고”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이 3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2회 산업경쟁력포럼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더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최근 수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을 주도했던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이 일제히 줄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세계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량은 504만대로 작년 상반기 대비 0.5% 감소했다. 2위 도요타는 1.5%, 3위 GM은 1.2% 줄었고 5위인 현대·기아차도 1.2% 감소했다. 박 소장은 “독일과 일본 업체들은 유로화와 엔화 약세로 재무 실적은 괜찮았지만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등 한국 업체들은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에다 주력 시장인 러시아와 브라질 침체까지 겹치면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부품산업 R&D 지원을 늘리고 토종업체들이 해외에서 연구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독일·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며 “R&D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길이 최선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R&D 투자의 핵심은 인재인데,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일본·독일 車 R&D 투자 한국의 5배”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중소 부품업체의 R&D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세계 2500대 R&D 투자 기업(2013년 기준)’에서 한국 자동차 관련 업체는 6개(부품업체 4개 포함)에 불과했다. 총 투자 규모는 22억유로였다. 일본은 43개 자동차 기업(부품업체 36개 포함)이 2500대 기업에 들었고 총 투자 규모는 236억달러로 한국의 10배가 넘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중소업체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산업 R&D 규모는 연간 6조원대인 반면 일본과 독일 기업들은 30조원으로 5배에 달한다”며 “장기적으로 기술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엔화 가격이 높았던 지난 5년간 현대차는 매출과 이익이 늘었지만 매출 대비 R&D 비중은 경쟁사의 절반인 2%대에 그쳤다”며 “이 시기에 신기술 도입, 차종 다양화, 친환경차 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화된 국내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국장은 “자력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2, 3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R&D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3000억원 규모의 예산 배정을 추진하는 등 미래 기술 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기업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해도 일반도로 주행이나 통신망 등에서 규제가 많아 국내에선 상용화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