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쥔 중국 상하이국제예술제센터 총재 "전통에 기반한 한국만의 핵심 키워드 필요"

'문화소통포럼 2015' 참석
“오늘날엔 문화 콘텐츠가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집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오래도록 각인되기 위해선 그 나라만의 오랜 역사를 지닌 특성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국도 전통에 기반을 둔 문화의 핵심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대표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이 주최한 ‘문화소통포럼(CCF) 2015’ 참석차 방한한 왕쥔 중국 상하이국제예술제센터 총재(사진)는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왕 총재는 “문화엔 인위적 국경은 없어도 지역별 특색이 모두 다르다”며 “각 문화의 전통적 고유성과 미래지향적 혁신성이 어우러져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로 영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1999년부터 시작된 상하이국제예술제는 중국 최대 순수예술 국제 교류 문화 축제로 음악과 무용,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이 열린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문화 행사 중 해외 인사들이 참가하는 건 이 행사뿐이다. 왕 총재는 “상하이국제예술제를 찾은 관람객이 지금까지 총 1800만여명에 달한다”며 “중국 5000년 역사가 남긴 무수한 문화유산, 수세기 동안 전 세계와 이어진 문화적 교류가 상하이국제예술제 성공의 비결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단위의 문화 축제가 성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춘 최상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 총재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를 제작할 땐 유행을 따르는 게 중요한데 그 유행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며 “한 나라를 상징할 문화 콘텐츠엔 어느 문화권에서든 언제나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단번에 그 나라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독특함이 배어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전히 ‘한국’ 하면 ‘아리랑’과 ‘김치’, ‘성형수술’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라며 “이젠 새로운 틀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문화 소통 차원에서 한국이 지닌 장점으로는 영어 실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 어디를 가든 영어로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시아에서 이런 곳은 의외로 드물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