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깝기에 오히려 불편한 이유
입력
수정
지면A37
남북한, 한·일 경색 관계살다 보면 가까운 형제나 이웃끼리 다투는 경우가 많다. 되려 먼 친척이나 멀리 사는 친구는 직접 부딪칠 일이 적어선지 몰라도 갈등이 잘 안 일어난다.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웃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풀어내 정상화해야
인접국과 분쟁 막으려면
마음에 '평화의 방벽' 을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개인이든 나라든 서로 거리가 가까운 게 오히려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가족이 화목해야 집안이 흥하고, 이웃끼리 잘 지내야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나라와 민족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않고 좋은 이웃이 돼야 평화가 유지된다.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같은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과는 또 어떤가. 양국은 과거사로 인해 철천지원수로 지내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서로 정서도 유사하고, 한국이 일본에 전해준 문화와 과학기술 또한 일본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일본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 시절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혈맹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지리적으론 비행기를 타고 10~12시간을 가야 하는 먼 나라다. 인종도 다르다. 그런데 미국 없는 한국 정세란 상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현재의 남북, 한·일관계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남북한이 형제처럼 지내고, 한국과 일본이 다시 좋은 이웃이 돼야 진정한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가깝기에 오히려 불편한 사이’에서 ‘가깝기에 좋은 사이’로 바뀔 수 있을까.
전쟁을 막기 위해선 군사력과 경제력을 잘 키워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유네스코 헌장의 첫머리엔 ‘평화의 방벽을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곳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적혀 있다. 남북,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우리 내면에 숨어 있을 무지와 편견, 증오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