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띠는 미술시장] 박수근·김환기부터 불화까지…명품 그림 650여점 쏟아진다

가을 메이저 경매

서울옥션, 14~15일 경매
보물 19점 등 260점 출품

K옥션은 16일 가을 경매
박수근·김환기 작품 등 177점

아이옥션, 고미술품 208점 내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그림 한 점을 낙찰받아 집안이나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볼까. ‘국민 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 이인성 장욱진 이대원 이우환 오치균 오윤 등의 명품 그림들이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아이옥션(8일)을 시작으로 서울옥션(14~15일), K옥션(16일)이 실시하는 가을철 경매에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고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650여점(추정가 200억~240억원대)이 출품된다. 국내외 미술 경매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출품을 미뤘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 입찰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6월 경매보다 외국 화가와 단색화 작품이 줄어든 반면 한국 유명 화가와 고미술품 비중은 다소 커졌다.


◆김환기의 ‘산’과 4억~7억원대 불화

서울옥션은 오는 14~15일 실시하는 가을 경매에 파산한 저축은행이 갖고 있던 보물 19점(예금보험공사 위탁)을 비롯해 김환기의 ‘산’, 이인성의 ‘침실의 소녀’ 등 260점을 경매한다. 추정가 총액은 110억원에서 160억원 사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이번 경매 출품작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추정가 합이 100억원을 넘은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산’. 가로 100㎝, 세로 81㎝ 크기의 이 그림은 푸른 톤의 화면에 노란색과 붉은색을 활용해 산과 하늘, 마을 풍경의 이미지를 단순화했다. 경매 시작가는 15억원으로 올가을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한국 근대화단의 정착기에 영향을 미친 화가 이인성의 1930년대 작품 ‘침실의 소녀’도 경매에 나온다. 처남의 딸을 그린 이 그림은 최초 8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천경자의 ‘여인’(4억~5억원), 장욱진의 ‘풍경’(1억~1억8000만원), 이대원의 ‘정물’(2500만~4000만원) 외에도 곽인식의 추상화, 민중작가 오윤 임옥상 권순 씨의 그림도 고루 출품된다.

고미술품으로는 불화 의겸등필수월관음도(義謙等筆水月觀音圖·4억3000만~7억원)를 비롯해 경국대전(經國大典) 권3(1억2500만~2억원), 정약용 필적 하피첩(3억5000만~5억5000만원),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13세기 인물인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의 저술인 해동조계복암화상잡저(海東曹溪宓庵和尙雜著) 등 보물급 문화재도 비교적 싼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은 9~14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02)395-0330
◆김환기의 추상화 12억~20억원

K옥션은 오는 16일 여는 가을 경매에서 ‘미술시장 대장주’ 김환기의 1966년작 추상화 ‘3-II-66’을 전략상품으로 내놓는다. 추정가가 12억~20억원인 이 그림은 구체적인 자연의 모티브를 상형문자와 같은 형태로 그려 넣고 색깔의 번짐 효과를 통해 투명한 깊이감을 드러낸 뉴욕 시절의 대표작이다. 김환기의 또 다른 뉴욕 시절 작품 ‘무제’(2억5000만~4억원)를 비롯해 1950년대 작품 ‘학’(1억3000만~1억6000만원), 잡지 ‘학우’의 표지화로 유명한 ‘달과 사슴’(2800만~4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박수근의 1964년작 ‘귀로’(6억원), 이중섭의 부산 피란 시절 대표작 ‘문현동 풍경’(1억5000만~2억5000만원), 천경자의 미인도 ‘신디’(4억8000만~7억원), 장욱진의 ‘집’(1억2000만~1억7000만원), 이인성의 ‘월미도 풍경’(2억~3억5000만원) 등도 비교적 싼 가격에 경매에 부쳐진다.외국 작품으로는 줄리언 오피, 구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등이 나오며,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서는 조선후기 회화를 주도한 문인화가 현재 심사정을 비롯해 노수현 이상범 이응노의 작품 및 김구와 박정희의 휘호가 출품된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세계 미술경기가 어느 정도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국내 미술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경매에는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장욱진 이인성의 그림 등 총 177점, 83억원어치 작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프리뷰는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경매장에서 열린다. (02)3479-8888
◆1000만원 이하 작품 대거 쏟아져

고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1000만~1억원대 고미술품도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아이옥션은 8일 여는 가을 경매에 도자기, 민속품, 고서화, 근·현대미술품 등 중저가 작품 208점을 출품한다. 공창규 아이옥션 대표는 “이번 경매에는 출품작의 90%가 추정가 1000만원 미만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주요 작품으로는 신라인의 독특한 미의식을 볼 수 있는 토기 장경호(長頸壺·목이 긴 항아리·3500만~1억원), 현재 심사정의 화조도(2500만~4000만원),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철화 운용문호’(8000만~1억원), 석조호랑이 한 쌍(8000만원), 목조여래좌상(1700만~3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경매 프리뷰는 8일까지 서울 경운동 경매장에서 열린다. (02)733-64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