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최상의 무대만 기대…매일 윈드서핑을 하는 기분"

내달 8일 내한공연하는 테너 라몬 바르가스
멕시코 출신인 라몬 바르가스(55·사진)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연상시키는 맑은 미성과 쭉 뻗어가는 고음, 세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리릭 테너다. ‘세계 3대 테너’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잇는 ‘제4의 테너’로 일찌감치 꼽혔다. 롤란도 비야손, 로베르토 알라냐, 요나스 카우프만 등 세계 성악계를 주도하는 최정상급 테너 중 맏형 격이다.

바르가스가 한국에 온다. 다음달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11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듀오 콘서트를 연다. 첫 내한 공연이다. 8일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좋은 성악가가 많은 한국에서 하는 첫 공연이라 기쁘면서도 책임도 느낍니다. 한국 성악가들은 다른 아시아 성악가와 달리 감정이 풍부한 것 같아요. 오스트리아 빈에 친한 한국인 베이스 친구가 두 명 있어요. 둘 다 풍부한 감정 표현과 탄탄한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죠.”

바르가스는 19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주인공 에드가르도 역을 맡아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파바로티의 대역으로 선 무대였다. 정상에 오르게 된 첫걸음이다.

“하루하루가 윈드서핑을 하는 기분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스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객들이 선택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도 관객은 늘 처음처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바라죠. 세계적 테너로 살아간다는 건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아요. 파도를 잘 타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 하듯이 성악가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실력 있는 젊은 성악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하거든요.”그가 멕시코시티 국립극장에 연 음악학교 ‘스튜디오 델 오페라 벨레 아르테’에는 성악가들의 몸을 관리하는 교수가 따로 있다. “성악가도 운동선수처럼 몸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프로골프 선수들이 전속 코치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악가도 신체 훈련을 통해 올바르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고 지속적으로 소리를 점검받는 게 좋아요.”

그는 함께 무대에 서는 홍혜경에 대해 “항상 준비가 잘돼 있는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메트로폴리탄에서 그의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그의 노래와 연기는 늘 고귀하고 훌륭합니다. 음악적인 관리를 잘하는 성악가예요. 그런 점에선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바르가스와 홍혜경은 이번 공연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하이라이트를 포함한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을 노래한다. 연주는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는다.“성악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과 가장 잘할 수 있는 곡들을 골랐습니다. 홍혜경 씨의 음악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중창곡들도 관객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